[기고]'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세법개정안이 반가운 이유

머니투데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2024.08.05 05:30
글자크기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많은 언론에서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을 꼽았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파생상품, 집합투자증권 등의 펀드, 채권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정의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상장법인의 대주주, 비상장법인, 해외주식에 대한 양도소득만이 세금부과 대상이었는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으로 국내주식 및 채권의 매매차익에도 차익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일 경우 과세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혀왔는데 이번 세법개정안 발표로 이를 공식화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가 아닌 폐지안을 제시한 것이 금융투자소득세의 문제점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갑게 여겨진다.



재정학에서는 새롭게 세금이 도입될 때 지켜야 할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요건으로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 행정적 단순성, 신축성, 확실성, 경제적 효율성을 든다.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는 소득이 같으면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고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을 더 지우는 방식으로 달성된다. 행정적 단순성은 납세자가 세금을 쉽고 편하게 납부할 수 있어야 하고, 신축성은 경제적 여건 변화에 쉽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며, 확실성은 모든 과정을 법률로 규정하여 확실하게 집행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효율성은 새로운 세금이 납세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텐데 이러한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할 것을 요청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국회의 합의를 통해 도입이 결정되었고, 5000만원 이상의 매매차익에 20%의 세율로 부과하도록 설계되었으므로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 행정적 단순성, 신축성, 확실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 도입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경제적 효율성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대상이 전체 투자자의 1% 미만에 불과하므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부자감세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과연 새로운 세금의 도입이 소수의 투자자에게만 영향을 미칠까?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상장주식 종목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보유한 고액 투자자에게만 과세하는 기존 방식에서 이들이 직전 연도 말 주식을 매도하여 보유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피하고 있음을 보였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의 범위가 늘어날 텐데 이들이 조세회피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알 수 없다.

국내주식시장을 떠나 해외주식시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으며, 법인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주식투자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세금이 새로 도입되는 것은 기존의 세금을 수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커다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투자자의 행태변화가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게 될지 분석한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전면 시행을 우려하는 것이 필자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야당에서는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반발하며 기본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소득세 완화 패키지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투자소득세법안이 처음 발의되었을 때는 기본공제액이 2000만원으로 시작했었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자 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증액시켰는데 이제 1억원까지 후퇴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수정할 바에는 차라리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새롭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야당은 정부의 폐지안을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지 말고 더 나은 대안 모색을 위해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