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라이벌 삼성 vs SK…'엎치락 뒤치락' 실적, '이것'이 가른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8.02 06:01
글자크기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1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만큼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이하 충당금) 환입 규모도 영업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1일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의 2분기 충당금 환입 규모는 약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DB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환입 규모를 1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DS부문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의 약 16%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재고자산평가손실은 재고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때 회계상으로 반영하는 비용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고의 가치도 떨어졌으니, 이를 비용 지출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와 같이 반도체 업황이 어려우면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은 늘어나게 된다. 즉 비용이 늘어나니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반대로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이미 과거에 반영한 재고자산평가손실 비용을 이익으로 바꿔 '환입'할 수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장가 상승 효과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D램은 10%후반, 낸드는 20%초반대로 ASP(평균판매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충당금 환입 규모를 고려하면 경쟁사와의 실적 승부가 더욱 치열해진다. 국내 반도체 기업 라이벌인 SK하이닉스 (162,800원 ▼6,000 -3.55%)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조4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3000억원을 충당금으로 환입했다. 삼성전자의 환입 규모를 1조원으로 치고, DS부문 영업이익에서 빼면 5조4500억원이 남는다. 삼성전자는 주주 가치 보호를 이유로 환입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를 증권가 최대 추정치인 1조원 중반대로 본다면 직접적 영업활동으로 인한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적을 수도 있단 의미다.

다만 메모리에 더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메모리 위주의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업계는 하반기에 우호적인 반도체 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재고의 회계처리에 따라 두 기업의 실적 희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각각 8∼13%, 5∼10%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두 회사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말 재고자산평가충당금 잔액은 1조4717억원으로, 2분기에 3000억원 가량 환입했으니, 약 1조1000억원이 남았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하반기에도 추가 환입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상당부분 재가평가손실 충당금이 환입된만큼, 앞으로 추가 환입은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분기 말 기준 충당금 잔액이 5조5266억원이었는데, 2분기에 1조원을 환입 했다고 해도 아직 4조5000억원 가량 남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반등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이 대규모로 환입을 반영 중"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