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편의점의 시대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4.08.05 02:30
글자크기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소매점 중 우리가 가장 자주 마주치거나 방문하는 곳이 편의점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처음 생긴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소비자는 식품이나 생필품을 주로 인근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구매하였는데 요즘은 하루에 한 번 이상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다.

편의점의 역사는 생각보다 긴데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할인점이 1990년대 초반에 생겼으니 이보다 10년 더 오래되었다. 우리나라 편의점은 주로 외국 프랜차이즈를 들여오는 방식으로 확산되었다. 초기에는 담배와 음료수 등의 간단하고 24시간 수요가 있는 상품을 주로 판매하다가 가공식품, 주류, 일용잡화, 의약품 등으로 상품 가짓수를 늘려나갔다. 최근에는 편의점의 상품 구색을 도시락과 간편식은 물론 신선농산물까지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택배 발송 및 수취, 현금 인출, 휴대폰과 지하철 카드 충전 등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여 단순한 소매점에서 생활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데 제주도에 있는 일부 편의점은 인근 섬에서 주문한 상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편의점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편의점의 성장은 상권의 특수성에 따른 결과인데 미국처럼 광활한 국토에서 한적한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과 달리 일본처럼 도심지의 좁은 지역에서 고객을 더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여건에서 고객의 수요를 하나라도 더 파악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새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편의점 매장 수가 지난해 기준으로 5만 곳을 넘어섰는데 이는 인구 950명당 1곳으로 편의점 대국인 일본을 추월한 수치다.

가공식품업체에 편의점은 단순한 상품 판매채널 중 하나라는 의미 이상을 지니는데 새로 개발한 상품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안테나숍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량을 1.5배로 늘린 비빔라면, 피로회복제의 맛을 살린 캔디, 특이한 이름의 맥주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식품이 편의점에서 인기를 끌어 대형할인점 등으로 판매시장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편의점 이용자의 특성에 따른 결과다.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10대 청소년이나 20~30대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다. 이들은 가족 단위 구매 대신 자기소비 목적으로 상품을 소량으로 자주 사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편의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한 번에 지출하는 금액이 크지 않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호기심과 유행에 따른 소비를 쉽게 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국내 소비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농산물 생산자의 경우 편의점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신선농산물보다 가공식품의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의점이지만 세척한 사과를 하나씩 개별 포장하여 바로 먹을 수 있게 한 상품, 샐러드 등의 신선편의식품과 밀키트 등 산지에서 쉽게 가공하여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판매경로에서 나아가 편의점 맞춤형 농산물과 신선편의식품의 개발과 출시를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