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편의점의 역사는 생각보다 긴데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할인점이 1990년대 초반에 생겼으니 이보다 10년 더 오래되었다. 우리나라 편의점은 주로 외국 프랜차이즈를 들여오는 방식으로 확산되었다. 초기에는 담배와 음료수 등의 간단하고 24시간 수요가 있는 상품을 주로 판매하다가 가공식품, 주류, 일용잡화, 의약품 등으로 상품 가짓수를 늘려나갔다. 최근에는 편의점의 상품 구색을 도시락과 간편식은 물론 신선농산물까지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택배 발송 및 수취, 현금 인출, 휴대폰과 지하철 카드 충전 등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여 단순한 소매점에서 생활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데 제주도에 있는 일부 편의점은 인근 섬에서 주문한 상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편의점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가공식품업체에 편의점은 단순한 상품 판매채널 중 하나라는 의미 이상을 지니는데 새로 개발한 상품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안테나숍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용량을 1.5배로 늘린 비빔라면, 피로회복제의 맛을 살린 캔디, 특이한 이름의 맥주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식품이 편의점에서 인기를 끌어 대형할인점 등으로 판매시장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편의점 이용자의 특성에 따른 결과다.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10대 청소년이나 20~30대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다. 이들은 가족 단위 구매 대신 자기소비 목적으로 상품을 소량으로 자주 사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편의점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한 번에 지출하는 금액이 크지 않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호기심과 유행에 따른 소비를 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