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슈퍼사이클 진입…15년만에 돌아온 달러박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2024.08.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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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달러박스의 귀환①

편집자주 선박 건조 가격이 사상 최고였던 2008년 수준으로 뛴다. 고부가 선박으로 이미 도크를 채운 조선소가 가격을 주도한다. 이제 급한쪽은 선박을 구해야 할 선주다. 공급자 우위인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의 도래는 2분기 조선소들의 실적 도약으로 확인됐다. 3년 뒤에 해운 탄소세가 부과되면 조선소가 '갑'인 '슈퍼사이클' 기간은 더 길어진다. 조선업이 천정부지인 뱃값에 건조물량을 쓸어 담아 '달러박스'로 통하던 시기가 15년 만에 재현된다.

조선 '빅3' 합산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이지혜조선 '빅3' 합산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이지혜


조선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돌아왔다. 앞으로 최소 3년간 이익 규모는 매년 계단식으로 불어난다. 전 세계적 저탄소 해운 규제가 시작돼 친환경 선박 수요까지 가세한다. 그래서 이번 슈퍼사이클은 15년 전, 5년간 이어진 초호황 보다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 침체에 고전하던 대표 수출업종 조선업이 다시 달러를 흡입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의 조선사 실적 평균 추정치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합산 영업이익은 올해 2조122억원, 2025년 3조6401억원, 2026년 5조1818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다소 먼 미래의 실적 추정이지만 업계와 시장에선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추후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의 조선업 특성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미래라는 시각이다. 선박 건조가격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3년 전인 2021년 1월 127을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올라 현재 187.98이다. 조선업계는 지수 저점 시점부터 선박 수주를 늘려 현재 3년치를 웃도는 일감을 확보해 도크(선박 건조장)를 가득 채웠다. 수주부터 인도까지 통상 2~3년의 시차를 고려하면 헤비테일 계약 방식에 따라 앞으로 최소 3년은 실적이 우상향하는 게 기정 사실이었다.

관건은 이익이 어느 시점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느냐였는데, 업계 안팎에선 신조선가 지수 130 지점에서의 수주물량을 손익분기점으로 봤고 올해부터 조단위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불확실했다. 지난해부터 연간 수주가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난데다 조선업계 인력난이 발생한 때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최근 2분기 업계 실적발표를 통해 상당 부분 걷혔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764억원, 1307억원으로 전년보다 428.7%, 121.9%씩 급증했다. 한화오션은 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는 2년 전 대우조선해양 시절 하청 노동자 파업에 따른 1400억원 규모 일회성 비용 때문이다. JP모건은 "2분기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불확실성으로 꼽힌 수주 감소세는 오히려 공급자인 조선사 우위의 시장 환경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선주들의 발주 동력 자체가 떨어진 게 아니라 이미 3년 이상 일감을 따낸 조선사들이 고가의 선박만 골라서 수주한 결과라는 것.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수주물량은 전년보다 5% 감소했지만 수주 금액은 20% 늘어난 이유다. 인력 문제도 정상화 단계에 접어든다. 현장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의 대규모 투입으로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 3월부터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이처럼 앞으로 최소 3년간 이어질 초호황의 바통은 친환경 선박 수요가 이어받게 된다. 2027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부과가 시작되면 노후선박 해체 후 신규발주, 노후선박 보수 등의 수요가 새로 창출된다. A 조선사 관계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에 친환경 선박 수요가 더해진다는 게 지난 슈퍼사이클과 다른 점"이라며 "이번 슈퍼사이클 기간이 앞선 초호황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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