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이별 통보에 분노…"아빠" 부르며 따르던 중학생 살해[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4.07.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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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그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광석(48·오른쪽)과 범행을 도운 김시남(46)이 제주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이동하고 있다. /2021.07.21. /뉴스1 2021년 7월 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그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백광석(48·오른쪽)과 범행을 도운 김시남(46)이 제주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자 이동하고 있다. /2021.07.21. /뉴스1


3년 전인 2021년 7월 18일 오후 3시,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 집에 혼자 있던 15세 중학생 A군은 2층 창문으로 침입한 40대 남성 2명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뒤 목이 졸려 숨졌다.

A군을 살해한 이들은 당시 48세였던 백광석과 그보다 두 살 어린 지인 김시남이었다. 백광석은 A군 모친의 전 남자친구였다. 백광석은 2018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A군과 그의 어머니, 자신의 친아들과 함께 살면서 사실상의 가족관계를 꾸리기도 했다.



범행 당일, 백광석은 오전 9시부터 A군이 있는 집 주변에서 대기했다. 백광석은 전 연인이 아침에 출근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 A군이 집에 혼자 있다는 걸 파악하고 6시간을 더 기다렸다. 오후 3시쯤 A군이 혼자 있는 집의 2층 다락방 창문이 열린 것을 본 백광석은 지인 김시남과 함께 창문을 통해 집 내부로 들어갔다.

A군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일을 마치고 귀가한 A군의 어머니였다. 그는 밤 10시50분쯤 집에 돌아와 주검이 된 아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 조사에서 타살 정황을 포착했고, 빠르게 용의자 파악에 나서 이날 성인 남성 2명이 피해자 집에 들른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21년 7월 19일 새벽 1시쯤 김시남을 그의 주거지에서 긴급 체포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30분쯤 제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백광석을 붙잡았다. 일주일 뒤 경찰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백광석과 김시남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의 범인 백광석(왼쪽)과 김시남. /사진=머니투데이DB, 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의 범인 백광석(왼쪽)과 김시남. /사진=머니투데이DB, 제주경찰청 제공
2021년 7월 전 애인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광석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2021년 7월 전 애인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광석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한때 같은 지붕 아래 살며, 자신의 친아들처럼 챙겼던 아이였다. 백광석은 A군 어머니가 이별을 통보하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며 "네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을 것"이라고 협박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백광석과 A군은 동거할 때만 하더라도 사이가 좋았다. A군은 백광석을 "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랐고, 백광석의 친아들과도 형제처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은 백광석이 A군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시작됐다. 백광석은 A군 모친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며 "연락이 잘 안된다", "집에 늦게 온다" 등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백광석은 A군의 만류에도 계속해서 동거녀에게 폭력성을 보였다.


결국 A군 어머니는 백광석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그러자 백광석의 집착은 더 심해졌고, 한밤중 집에 몰래 침입해 A군 어머니의 목을 조르거나 주먹으로 때렸다. 백광석은 제주지법으로부터 A군 어머니의 주거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긴급 임시 조치를 받기도 했다.

전 여자친구가 끝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백광석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인 김시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백광석은 김시남에게 400만원, 90만원 등 돈을 주면서 자신을 도와 달라고 했다.



백광석은 "함께 집에 침입해 A군만 제압해 달라", "만약 내가 A군을 죽이면 (현장에서) 나도 같이 죽을 거니까 너는 안 걸릴 거다", "내 카드를 줄 테니 일이 잘못되면 네가 돈을 뽑아 써라" 등의 말로 김시남을 설득했다.

2021년 7월 지인과 공모해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시남이 제주동부경찰서로 호송되는 모습. /사진=뉴스1 2021년 7월 지인과 공모해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시남이 제주동부경찰서로 호송되는 모습. /사진=뉴스1
돈이 필요했던 김시남은 백광석의 제안을 수락했고, 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 죄 없는 15세 중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백광석은 범행 후 혼자서 2시간 넘게 A군 모자의 집에 남았다.

백광석은 망치로 A군의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집 안 곳곳에 식용유를 뿌린 다음 불을 지르고자 했다. 백광석은 이를 통해 자신도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는데, 극단 선택 전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2021년 12월 열린 재판에서 백광석과 김시남에게 각각 징역 30년,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측은 모두 항소장을 제출했다. 2022년 5월 광주고법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 측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두 사람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A군 유족이 백광석과 김시남을 상대로 6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22년 8월 제주지법 제2민사부는 두 사람이 유족에게 3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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