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과 세제개편[우보세]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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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번달 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했다. 기재부 간부가 기자실을 찾는 건 흔한 일이지만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다.

세제실장은 '역동경제 로드맵'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았다. 역동경제 로드맵은 중기적인 시계의 경제정책 방향이다. 다소 긴 호흡의 정책이었기에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적인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담은 세법이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기재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과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세법 개정 방향을 역동경제 로드맵에 담았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쏠렸던 현안들이다. 역동경제 로드맵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세법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모습이다.

최근 비슷한 흐름을 자주 접한다. 세법은 주요 정책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세입여건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재정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실탄'이 부족하니 조세 정책으로 눈길을 옮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부 대책도 예산보다 세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잠깐 언급된 짧은 문장이다. 세제실장은 설명 도중 "올해 세제개편, (아니) 세법개정"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조세 정책에서 세제개편과 세법개정이라는 단어의 차이는 크다.

기재부는 매년 7월 말 세법개정안을 발표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선 세법개정안이라는 단어 대신 세제개편안을 썼다. 하지만 2011년부터 10여년 동안 세제개편안이라는 용어를 더이상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2년에 세법개정안 대신 세제개편안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다.

당시 기재부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세법개정이 단기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조세 정책이라면, 세제개편은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선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뀌는 내용이 많을수록 세제개편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큰 폭의 개편이 없었던 지난해에는 다시 세법개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래서 기자들은 개편 폭을 가늠하기 위해 세제실에 질문을 던진다. "올해는 세법개정인가요, 세제개편인가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수준을 보면 세제개편에 가깝다. 반면 기재부는 세법개정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할 세제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기 쉽지 않다.

조세 정책에 밝은 전문가일수록 최고의 세법개정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세법은 예측 가능해야 하기에 자주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바꾸는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 물가와 자산가치가 오르는데 세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문제다. 27년 동안 묶여 있는 상속세 공제액이 대표적이다.



세법이 자주 바뀌고 시기를 놓치는 원인 중 하나는 청사진에 힘이 실리지 않아서다. 조세 정책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은 기재부 홈페이지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 조세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세법 개편 폭에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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