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DDW(Digestive Disease Week, 미국 소화기질환 주간) 2024에서 방문객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상봉, 방진주 PD
서정진 셀트리온 (201,500원 0.00%) 회장은 미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 시장이 제약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위상이 높을뿐더러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의 관문이기도 하다. 서 회장이 미국 전역을 돌며 현지 의사들과 만나 '짐펜트라'(램시마SC)를 알린 이유다.
짐펜트라는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신약으로 인정받았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특히 서 회장은 미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직접 현장 영업을 뛰었다. 미국 전역에 영업 조직을 구축하는 등 직판(직접 판매) 체제도 갖췄다.
셀트리온의 미국 직판 도전이 더 주목받는 이유로 한국산 블록버스터의 탄생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짐펜트라의 올해 매출액은 3000억원을 넘고 내년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짐펜트라를 포함한 램시마SC의 전체 연간 매출액은 내년 1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신약으로 인정받은 한국산 블록버스터의 등장이 눈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더구나 지금은 한국산 바이오 의약품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시기다. SK바이오팜 (108,800원 ▲3,000 +2.84%)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처방을 확대하며 올해 1분기 매출액이 900억원을 넘었다. 유한양행 (145,400원 ▲19,900 +15.86%)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는 미국 FDA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060,000원 ▲11,000 +1.05%)는 글로벌 CDMO(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실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 기업은 '우물 안 개구리', 더 혹독하게는 '사기꾼'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실패와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불법 행위 자행 등으로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단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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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은 올해 미국 출장 중 머니투데이와 만나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한국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만큼 미국에서 직접 영업을 뛰며 자신감을 얻었을 뿐 아니라 바이오 사업의 높은 잠재력을 확인했단 뜻이 아닐까. 서 회장의 목표가 이뤄지는 날, 바이오는 '사기꾼'이란 오명을 벗고 우리 산업의 대표적 미래 먹거리로 우뚝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