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유망한 사업계획을 세운 기업도 자본조달 비용이 커져 신규투자를 철회한다. 금리상승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금융기관들의 자본손실도 커진다. 돈을 빌려줄 여력이 있는 전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고금리를 반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하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연준은 대체 어떤 논리로 금리인하를 미루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근간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지침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테일러법칙은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숱한 논란을 낳았다. 무엇보다 균형이자율과 물가목표치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최근 들어 이 논란이 가열된다. 알스타(R star)로 불리는 균형이자율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물가에 압박을 초래하지 않는 실질금리 수준이다. 중립금리라고도 한다. 202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테일러법칙을 설명하면서 알스타에 2%를 대입했다. 물가목표치인 인플레이션 타깃도 2%를 사용했다. 과연 알스타는 2%일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은 중립금리가 상당히 낮아졌을 것이라고 본다.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실질 중립금리가 0.5%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렇게 가정하면 인플레이션은 3%고 경제가 과열되지 않았을 때 적정한 기준금리는 4% 정도로 계산된다. 연준이 5차례가량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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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관행적으로 사용 중인 인플레이션 타깃을 2%에서 3%로 올리면 금리를 수차례 더 인하할 여지가 생긴다. 또한 인플레이션율이 2%로 낮아지면 적정 기준금리가 2.5%로 떨어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립금리는 2.5%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한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고용시장의 긴장으로 중립금리가 상승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늘어났다. 알스타가 1990년대 수준인 2%로 되돌아가고 인플레이션이 3%에 머무는 경우는 어떨까. 이때 적정 기준금리는 5.5% 이상으로 계산된다.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는 한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