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디, 전과 다른 '3번째 임기' 시작…협의로 경제문제 풀까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6.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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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예상 밖 접전 끝에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 문제와 소수 무슬림 차별 등은 임기 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각) 뉴델리의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각) 뉴델리의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취임식을 갖고 "애정이나 악의 없이 모든 사람에게 옳은 일을 하겠다"며 "헌법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충성으로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부패 빈곤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빈곤층과 중산층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 "모디"를 외치며 환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취임식에는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네팔, 몰디브 등 7개국 정상과 발리우드 스타 등 약 8000명이 참석했다.



과반 확보 실패에…야당 "모디 정부에 대한 반감" vs 모디 "패배하지 않았다"
앞서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은 지난 4월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7단계로 실시된 하원 로크 사바 총선에서 240석을 확보하며 과반수에 필요한 272석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예상했던 370석 이상과는 큰 차이로, BJP가 집권당이 된 2014년 이후 단독 과반을 넘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BJP를 중심으로 한 정치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이 전체 543석 가운데 293석을 차지하면서 모디 총리는 연립 정부 구성을 통해 3선에 성공하게 됐다.

로이터는 "선거에 앞선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2019년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 예측된 바 있어 모디 총리에게는 더 큰 충격"이라고 짚었다.

반면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야권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232석을 확보하고 INC 단독으로는 99석을 얻어 예상보다 선전했다. 야당 국민회의당(INC)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모디 총리 정부에 대한 반감'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이번 선거를 "인도 야당의 부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모디 총리는 지난 7일 "야당은 선거 결과를 두고 우리가 패배했다고 했으나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단 통치'에 제동...연정·경제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양 손으로 V자를 그리며 화답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양 손으로 V자를 그리며 화답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현재 모디 총리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 이후 인도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긍정 평가와 인도의 소수 무슬림을 소외하고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면서 인도의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은 물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것과 관련해서도 지적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독단적인 통치를 할 수 있던 모디 총리가 이번 선거 결과로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릭 로소우 미국·인도 정책 연구 위원장은 로이터 통신에 "연정 파트너들은 정치적으로 예측할 수 없으며 때로는 BJP와 협력하고 반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의 정치 연구 그룹 프락시스(PRACCIS)의 사잔 쿠마르 대표도 "과거에는 BJP가 압도적인 다수당이었지만 이번에는 연정을 구성한 만큼 다른 당과 더 많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선거 운동 기간 야당 인사들을 강력 비난하고 무슬림을 공격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모디 총리는 선거 이후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NDA가 그를 연립 정부의 총리로 공식 지명한 이후에는 "우리는 과반수를 얻었지만,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사람들은 우리가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원한다"며 "만장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각 구성은 아직…"10년 일당 통치 겪은 인도에 긍정적 결과"
내각의 주요 직책에 누가 임명될 것인지를 포함한 핵심 구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인도 총리실은 새 정부가 71명의 내각 장관으로 구성될 예정이라며 이 중 11명은 BJP 소속이 아닌 연정 상대 정당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각료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다. BBC는 "연정 파트너들이 연정의 대가로 어떤 협상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모디 총리 정부가 연정 파트너들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은 10년간의 일당 통치를 겪은 인도에 긍정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독단 통치를 멈추고 파트너들과 협의해야 하는 것이 인도 정치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이안 브레머는 블룸버그에 "모디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할 매우 유능한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타협해야 하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인도 국민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인도의 역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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