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통 대만 압박하는 중국, 이번엔 '대만 포위' 무력시위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5.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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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취임식 사흘 만에 '분리 세력'에 대한 대응이라며 대만을 포위하는 이틀간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대만은 섬 주변에 병력을 투입하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대만 공군 소속 미라지2000 전투기가 23일 대만 북부 신주 기지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대만 공군 소속 미라지2000 전투기가 23일 대만 북부 신주 기지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로이터와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대만을 관할하는 동부전구는 23일 대만 주변에서 육·해·공군과 미사일·핵을 운용하는 로켓군을 총동원해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훈련 지역은 대만 해협과 대만 본섬의 북부, 남부, 동부 및 대만의 외딴섬인 진먼다오, 마쭈섬 주변으로 지정됐다. 사실상 대만을 가운데 두고 완전히 에워싼 형태다.



동부전구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벌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강성 독립주의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후 대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무력 시위인 셈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군이 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 수십 대를 출격시키고 전함을 띄워 군사 목표물에 대한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만 국방부는 "불합리한 도발이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규정에 따라 육·해·공군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 대만 주변 군사훈련 지역/사진=동부전구 위챗중국군 대만 주변 군사훈련 지역/사진=동부전구 위챗
다만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익숙한 대만에선 별다른 불안감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대만 증시의 자취안지수는 0.26%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만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를 통해 "이번 훈련은 대만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정부가 중국군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군사 싱크탱크인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은 "이번 훈련은 이틀 동안만 진행되지만 대만의 외딴섬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과거 훈련에 비해 범위가 넓다"면서 "이는 중국의 해양 통제 능력을 과시하고 외국 군대의 개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군사적 신호보단 정치적 신호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라이칭더 총통 취임 후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라이칭더 총통은 20일 취임 연설에서 '독립'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국을 향해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중국과 대만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 현상 유지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발끈했다.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21일 "민족과 조상을 배신한 라이칭더의 품행은 수치스럽다"며 맹비난했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대만 지도자는 취임 초기부터 독립의 본색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며 급진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 당국은 미국과 대만의 군사적 협력 움직임에도 견제에 나섰다. 라이칭더 총통 취임 당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보잉방산우주보안, 제네럴아토믹스항공시스템, 제네럴다이매믹스육상시스템 등 3사를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포함시켰고, 22일엔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언 등 미국 군수기업 12곳과 고위 경영진에 제재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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