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식당·모텔…주담대도 못갚는 자영업자 '연체율 5년만에 최고'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이병권 기자 2024.05.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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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소상공인·자영업자/그래픽=김다나금융권 소상공인·자영업자/그래픽=김다나


#서울 신촌에서 8년째 요리주점을 하는 A씨(42)는 매일 하던 새벽장사를 지난해 11월부터 주말에만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새벽까지 회식이나 모임을 하는 n차 손님들이 줄어서다. 최근엔 사정이 더 나빠지면서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

은행 연체율이 5년만에 가장 높게 치솟았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크게 뛰었다. 특히 업황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를 빌린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3월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0.43%로 전년 동월말(0.33%)대비 0.10%포인트(P) 상승했다고 15일 밝혔다.

3월말 기준으로는 2019년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았다. 2019년 3월말 연체율은 0.46%다. 이후 지속해서 내려 2022년 0.22%로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3월 중 신규 연체액은 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10월(2조4000억원) 이후 매달 2조원 이상의 연체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분기말 은행들이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한 연체채권 정리규모도 매분기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엔 2조4000억원을 정리했는데 지난 3월엔 4조2000억원 정리했다. 지난해 12월 연체채권 정리규모 4조1000억원보다 많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7%로 지난해보다 0.06%P 올랐다. 주담대 연체율도 0.25%로 지난해보다 0.05%P 상승했다.

악한 고리는 기업대출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에서 빠르게 연체가 늘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48%로 지난해보다 0.13%P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크게 올랐다. 3월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8%로 지난해보다 0.17%P 올랐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7%P 상승해 0.54%를 기록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숙박·요식업 연체율이 높은 수준이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숙박·요식업 연체율 단순평균은 지난해보다 0.10%P 상승한 0.7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전체 SME(중·소상공인) 연체율 단순평균(0.34%)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것도 연체율 상승의 주된 이유지만 고물가와 경기침체의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기 귀가와 '홈술' 등 이전과 다른 모임 트렌드가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숙박·요식업자 연체율이 유독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숙박·요식업자는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 3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경기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업종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가구주의 66.1%가 재정 상황 악화 시 외식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고 답했다.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식당 17만6258개가 폐업했다.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2020년보다 82.6% 늘었고, 폐업률도 16.95%에서 21.52%로 뛰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말까지 폐업한 숙박업체가 3030개로, 같은 기간 개업한 2681개보다 많았다.

경기 회복이 더디다보니 자영업자가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빌린 주담대에서도 연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주담대 연체율은 2022년말 2.5%(나이스신용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17개사 기준)에서 지난해말 10.0%로 급등했다. 특히 신용대출 중심의 가계부문 연체율 4.9%보다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자영업자 경영 환경 개선이 지연되면 연체율 추가 상승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연체 우려 차주의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캠코 채무 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을 2020년 4월~지난해 11월 중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휴·폐업자 포함)로 확대했다. 신청자가 전보다 51% 늘면서 지난 4월말 신청액은 10조원를 넘었다.

은행권도 지난달 서민금융진흥원에 2214억원을 출연하는 등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출연 기부금은 서민금융진흥원 대출상품 햇살론뱅크 등 금융지원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식업 등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여신 연체율이 자영업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재정 지원 뿐 아니라 비금융 분야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체 우려 차주의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연체채권을 정리토록 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겠다"며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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