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 끔찍"…'여친 살해' 의대생, 1월엔 정부지원 교육도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김지은 기자 2024.05.09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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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이틀 후인 8일 오전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공사로 인해 출입을 통제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사진=김지성 기자사건 발생 이틀 후인 8일 오전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공사로 인해 출입을 통제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사진=김지성 기자


"뉴스에서 보긴 했는데 여기서 발생한 건지는 몰랐어요."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사거리에 있는 한 건물 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20대 여성은 "자주 찾는 곳에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건물에서는 지난 6일 20대 남성이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20대 남성 A씨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건물에서 흉기를 휘둘러 동갑내기 여자친구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서울 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건물 옥상에서 남성이 투신하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사건 현장에서 A씨를 끌어냈다가 약이 든 가방을 두고 왔다는 A씨의 진술에 따라 현장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피해자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B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전 미리 흉기를 준비해 '자살 시도를 하겠다'며 B씨와 함께 옥상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발적 살인이 아닌 계획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B씨 부검 결과 사인은 자창(찔린 상처)에 의한 실혈사로 나타났다. 흉기 등에 찔려 과다 출혈로 숨졌다는 의미다.

지난 6일 연인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 옥상. /사진=김지성 기자 지난 6일 연인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 옥상. /사진=김지성 기자
사건이 발생한 건물 관리인은 안타까움과 화가 섞인 표정을 지으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아는 게 있으면 차라리 우리한테 알려달라"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이날 오전 옥상으로 통하는 문 2개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2일부터 공사 관계로 소음 및 먼지, 냄새가 발생할 수 있어 출입을 통제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유리문은 검은색 시트지가 부착돼 시야가 차단됐고 문틈 사이로 드러난 옥상은 별다른 흔적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이 건물 옥상은 평소 개방돼 있어 건물 이용자들이 흡연을 위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곳곳에는 '화장실, 계단, 주차장 등에서 흡연을 금지한다'는 안내와 함께 흡연 가능 장소로 '옥상 흡연장'이 명시됐다.

옥상 출입구 옆에 붙은 '보안팀 순찰일지'를 보면 이 건물 보안팀은 오전, 오후, 야간 등 하루에 3번 순찰을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일에는 순찰 내용에 모두 '이상 무'라고 적혀 있었다.

건물 내 상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건물 상인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건물에는 카페, 식당, 병원 등이 입점해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평소 옥상 갈 일이 없어서 개폐 여부는 잘 모르겠다"며 "6일에는 휴무였고 어제부터 경찰이 오가거나 하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점 직원도 "기사를 조금 늦게 봤는데 같은 건물인 거 알고 깜짝 놀랐다"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 씨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편 의대생인 A씨는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1월 국내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 '캠퍼스 아시아 사업단'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캠퍼스 아시아 사업단은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한, 중, 일 3국 대학 간 의과학 및 보건의료 분야 교육 프로그램이다. 해당 사업에 선발된 학생은 한 달간 해외 대학을 다니며 의과학, 보건 학문 등을 배운다.

해당 프로그램은 비용도 지원된다. 캠퍼스 내부 숙박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환교 등록금도 면제받는다. 중국 국가장학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A씨는 약 3주 동안 중국에 위치한 대학을 다니며 피부과 관련 수업을 들었다.

A씨는 프로그램 이수 후 "커다란 세계인 중국 전역에서 온 다양한 환자들의 다양한 성격, 다양한 질환을 마주할 수 있었다"며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 태도를 관찰하며 세계는 넓고 의료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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