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개 중 1개는 기업대출 '몰빵'…상당수 건설·부동산 대출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5.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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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의 비중이 큰 저축은행/그래픽=김다나기업대출의 비중이 큰 저축은행/그래픽=김다나


영세·지방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의 비중이 90%를 넘는데 이중 대부분은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은행·상호금융과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역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자금 공급자의 역할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기업대출 잔액이 전체 대출 잔액의 70%를 넘는 저축은행은 30개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3개 중 1개꼴로 기업대출 쏠림 현상을 겪는다. 30개 저축은행 가운데 5개는 기업대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사실상 가계대출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기업대출에 편중한 저축은행은 대부분 영세·지방 저축은행이다. 기업대출의 비중이 70% 이상인 저축은행 30개 중 OSB·대신·바로·상상인·상상인플러스·푸른상호 6개를 제외한 저축은행은 모두 자산이 1조원을 한참 밑돈다.

이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자금은 상당수 부동산 관련 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기업대출 비중이 93%인 A저축은행은 지난해말 PF·건설·부동산 대출 총액이 전체 대출의 과반을 넘어 법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했다. 저축은행은 총대출(총신용공여)의 20% 이상으로 PF대출을 취급해선 안 된다. 건설과 부동산 대출도 각각 총대출의 30%를 넘을 수 없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비중이 90%를 초과한 B·C저축은행도 PF·건설·부동산 대출 총액이 법정 한도를 넘어섰다.



영세·지방 저축은행이 대출을 부동산 관련 기업에 집중하면서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흐려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기반 지역의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상호저축은행법은 6개 권역으로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을 제한하고 영업 구역 내에서 개인·중소기업에 대출을 40% 이상(수도권 저축은행은 50%)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가계대출을 내주는 저축은행은 서울에 기반을 둔 대형 저축은행과 자금력이 되는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정도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지난해말 기업대출의 비중이 45%, 가계대출의 비중이 52%로 집계됐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이 각각 49%, 46%로 비슷하다. KB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이 38%, 가계대출이 61%로 가계대출을 더 적극적으로 취급한다.

저축은행이 예금·대출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나치게 기업대출에 의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에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은 부동산 관련 대출 외엔 돈을 벌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대출을 내줄 때 당국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상호금융은 예금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줄 수 있어 저축은행보다 조달이 쉽다"며 "반면 저축은행은 그런 혜택이 없어서 건설·부동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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