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거리가 이렇게 먼데 미국과 호주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일단 할리우드에 호주 출신 배우가 많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 니콜 키드먼, 케이트 블란쳇, 휴 잭맨, 그리고 마고 로비와 '글라디에이터' 러셀 크로가 있다. 이 스타들은 LA와 시드니를 자주 왕래할 것 같은데 15시간이 넘게 걸린다.
호주의 미국대사관과 영사관 홈페이지에는 호주가 1차 대전 때의 하멜전투에서부터 미국과 나란히 싸웠다고 돼 있다. 호주는 미국과 태평양전쟁의 미드웨이해전에서도 같이 싸우는 등 혈맹이다. 미국은 특히 호주가 동아시아의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2007년부터 미국, 일본, 인도, 호주 간 4자 안보협의(쿼드)를 운영한다. 쿼드는 유럽의 나토와 같은 군사협력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리튬은 남반구에서 주로 채굴된다. 남미의 여러 나라다. 그런데 남미는 특히 광산업에서 식민지 시대부터 내려오는 인권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작업환경과 처우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 문제는 ESG 시대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미국에서 중요한 문제였다. 해외 사업장이나 원료공급처의 인권상황이 거래관계에 큰 변수가 되고 자본시장에서는 그에 관한 공시의무가 있다. 호주는 그 문제도 덜하다.
지구상의 모든 자동차를 EV로 전환하려면 지금의 2배 전기생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제약조건이 있다. 친환경이어야 한다. 지구상에 더 이상 건설할 곳이 없는 수력발전을 빼고 화력과 원자력을 제외하면 태양광과 풍력만 남는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에는 큰 제약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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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제약은 지구상에서 가장 변덕이 심한 '날씨'다. 공급예측이 어렵다. 또 전기는 밤에 더 많이 소비된다. 태양광은 밤에는 올스톱이다. 전력은 수요에 맞춰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는데(신속처리 역량이라고 부른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상의 인구 절반 이상이 대도시에 산다는 사실이다. 전기는 생산지와 소비지 간에 원거리 '전달' 문제라는 약점이 있는 에너지다. 석유와 가스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지만 전기는 배로 운반할 수 없다. 100% '파이프라인'이 있어야 한다. 파이프라인이라면 질색을 하는 환경단체들이 대규모 송전설비는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
친환경 발전의 그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마술이 바로 배터리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배터리 기술에 달렸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자면 리튬이 확보돼야 한다. 석유를 두고 지구상의 안보 환경이 형성됐듯이 리튬을 두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