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동안 '선대인' 사칭 문자 8000통…진화하는 리딩방 사기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5.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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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김미경 등 유명인 사칭 불법 리딩방 사기에 대량 스팸문자 결합한듯…"텔레그램 사칭 계정 대응 어려워"

지난 6~8일 사이 대량으로 발송된 스팸문자. /사진=독자 제공지난 6~8일 사이 대량으로 발송된 스팸문자. /사진=독자 제공


SNS(소셜미디어) 유명인 사칭 리딩방 유도 사기 수법이 이젠 스팸문자까지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경제연구소를 사칭한 스팸문자가 대량 발송됐는데, 경찰이 주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2시39분부터 오후 5시53분까지 선대인경제연구소를 사칭한 스팸문자가 발송됐다는 신고 8041건을 접수했다. 이날 같은 문자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오후 2시53분 기준 누적 1만4047건이다.



해당 문자는 일반 휴대폰 번호로 발송됐는데, ''선대인 VIP 선정' 금일 장시작후 10~15% 올라갑니다. 당장 들어오세요'라며 URL(인터넷주소) 링크를 첨부했다. 링크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개설된 투자 리딩방으로 연결된다. 해당 문자는 8일 오전에도 발송되고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유명인을 사칭한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지만 이번 처럼 대량으로 스팸문자가 발송된 것은 처음"이라며 "선대인경제연구소 회원 일부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스팸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스팸문자에 첨부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폐쇄를 요청했다"며 "한국인터넷 진흥원에 신고된 문자만 8000여건이고 실제 발송된 문자는 몇만건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텔레그램에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을 사칭한 계정들. /사진=선대인경제연구소 제공페이스북과 텔레그램에서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을 사칭한 계정들. /사진=선대인경제연구소 제공
선대인경제연구소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선대인 TV 및 선대인경제연구소 사칭 채널에 절대 속지 말라"며 "선대인 경제연구소는 연간 구독회원 외에 어떠한 투자 상담 채널이나 리딩방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KISA, 경찰에 선대인경제연구소 사칭 스팸문자 차단 요청…"불법 리딩방 사기 수법에 '스팸문자 발송'이 결합"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 6일 강원경찰청에 선대인경제연구소를 사칭한 스팸문자 차단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피해 예방을 위해 스팸문자를 받은 분들에게 투자 사기 위험성을 알리는 범죄예방 경고문자를 발송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말부터 기승을 부린 유명인 사칭 불법 리딩방 사기 사건의 수법에 스팸문자 발송이 결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00건이 넘었다. 피해액도 1200억원을 넘어섰다.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송은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개그맨 황현희씨 등 사칭을 당한 피해자들이 지난 3월 플랫폼과 정부를 향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개그맨 황현희(왼쪽부터),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송은이가 지난 3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2.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개그맨 황현희(왼쪽부터),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 강사, 송은이가 지난 3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2. [email protected] /사진=김혜진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미경 강사는 "모든 직원이 아침부터 삭제 조치를 해도 막을 수 없었다"면서 "속으면 안 된다고 SNS에서 홍보해도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주진형 전 대표 도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도 개인 입장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그나마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국내 사업자는 소통이 가능하지만 텔레그램 사칭 계정에 대해선 아예 손을 쓸 수 없다"며 "러시아어와 영어로 사칭 계정 제재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소 운영팀 직원 3명이 업무 시간 절반을 사칭 계정 대응에 쓰고 있다"며 "각종 플랫폼에 직접 채팅방 폐쇠를 요청하고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경찰청에 전화해도 각자 자기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어서 우리가 직접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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