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의대정원 확충 규모 등을 주제로 열린 제24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 모두발언문을 대독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의료 수요 관리, 시니어 의사 투입 등 제시7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의사 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에서 조규홍 장관은 "현재 의료 취약 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을 전국평균 수준으로 확보하려면 약 5000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부족하나마 1만5000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의대 증원으로) 확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는 의대 증원의 규모 산출의 근거로 서울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총 3명의 전문가 연구를 들며 2025학년도부터 20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현재 정부가 의사 수가 5000명 정도 부족하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없었다.
정부 의사인력 수급 방안, 의사인력 부족과 관련한 전문기관 의견/그래픽=이지혜
"정부와 숫자 논의 없었다" 의협 분노하지만, 최근 법원이 복지부 등에 '2000명 증원' 근거와 함께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현재 부족한 의사 5000명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28차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했다는 복지부와 그런 적 없다는 의협의 대립은 오늘 날 '의료대란'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의대 증원이 과학적·객관적이지 않고 이에 따라 순응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었다.
협의체에 밀접하게 관여한 의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00명과 같이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정부와 논의한 적이 없다"며 "유연성을 가지고 밤샘 토론으로 협상하자고까지 했지만 거절한 건 정부였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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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당장 부족한 의사가 5000명이란 것도 정부 발표 때 처음 들었다"며 "의협은 1만명 넘는 시니어 의사가 지역 병원과 연계해 활동하는 것이 의료공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난해 관련 예산이 1000만원가량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완전히 없앤 복지부가 이걸 대안으로 꺼낸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법원이 의대 증원의 '숫자'가 도출된 구체적인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미래 부족한 의사 수와 함께 현재 부족한 5000명에 대한 추계 근거도 언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각 대학의 '자율 증원'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이 정부안보다 500명 정도 감소했는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료인력 정책의 추가적인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현재 의사가 5000명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도 근거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니어 의사 투입을 위해선 연금법 개정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요 조절 역시 건강검진 사업의 변화, 필수 의료 구분과 육성 등 정부가 손봐야 할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