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민희진, 가질 수 없는 뉴진스 상표권

머니투데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4.05.0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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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김헌식(대중문화 평론가)


2015년 5월27일 그룹 신화가 상표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로써 자신의 그룹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 1998년 데뷔한 신화의 원래 소속사는 SM엔터테인먼트였지만 2013년 전속계약이 해지된다. 그들은 SM에서 스태프들과 같이 나왔는데 그들이 독자적으로 설립한 곳이 굿엔터테인먼트다. 하지만 굿엔터테인먼트는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실패했다. 2011년 6월 군복무를 마친 신화 멤버들은 자신들이 자본금을 투자해 새로운 기획사를 차린다.

하지만 자신들의 그룹 이름을 쓸 수 없었다. 신화의 상표권은 준미디어가 소유했다. 굿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을 준미디어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에 신화 멤버들은 자신의 기획사 이름에서 신화를 쓸 수 없었다. 신컴엔터테인먼트라는 낯선 이름이었다. 2013년 정규 11집 앨범부터 재킷에 신화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다만 2015년 이후 그룹 신화는 그룹 이름을 찾아 소유한 유일한 아이돌그룹이 됐다.



그뒤 기획사의 상표권 등록은 더욱 강화됐다. 아이돌 멤버들이 현실적인 선택도 했다. 2023년 12월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재계약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라 공연 매출액만 1800억원으로 추산되기에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은 그룹이기 때문이다. 리사에게는 1000억원의 개런티가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핑크 멤버들은 개별 활동을 하면서도 완전체 활동도 하는 블랙핑크 멤버로 남겠다며 YG와 재계약했다. 이유는 바로 상표권 때문이다. 아무리 블랙핑크 멤버들의 가치가 상승했어도 그룹 블랙핑크이기에 가능했다. 미래활동도 블랙핑크일 때 더 유리했다. 이를 쉽게 무시하고 YG에서 섣불리 벗어난다면 활동에 차질이 있을 수 있었다.

이름을 실제로 바꾼 사례도 있었다. 2023년 브레이브걸스가 워너뮤직코리아와 계약하면서 그룹 이름을 브브걸로 바꿨다. 2021년 4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가 '브레이브걸스'를 상표출원했기 때문에 쓸 수 없었다.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각인하는데 시일이 소요된다는 힘든 점이 분명히 있다.



걸그룹은 수명도 짧다. 상표권 무단사용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처벌이 기다린다. 처벌과 관계없이 무단사용 자체가 그룹의 가치와 이미지를 훼손한다. 물론 좋은 사례도 있다. 인피니트는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는데 상표권은 그대로 양도받았다. 울림 대표가 인피니트 리더 성규의 생일 4월21일에 맞춰 양도해줘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익보다 그들의 활동을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정말 소수다. 대부분 그룹 이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 사례에서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는 뉴진스의 분리독립이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멤버들의 불만과 갈등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를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후 민희진 대표가 직권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권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배임혐의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표권 맥락에서 보면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데리고 독립해도 뉴진스라는 그룹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하이브의 태도를 볼 때 뉴진스라는 상표를 민희진 대표에게 그대로 양도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뉴진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할 때 성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브브걸처럼 줄인 이름으로 '뉴스'나 '진스'라고 부르기도 쉽지 않다. 그룹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의 템퍼링 논란도 있었지만 대개 원래 소속사를 이탈해 새 이름으로 활동은 쉽지 않고 성공은 더욱 요원하다. 더구나 이미 명성이 있으면 더욱 어려운데 그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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