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소변 마려워" 실수할까봐 약 먹었는데…치매 위험 커졌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5.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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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함원식·박지수 교수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의 '병용요법' 치매 발병률 6.7%
베타-3 작용제도 누적 사용량 많을수록 치매 위험 키워 '주의'

"자꾸 소변 마려워" 실수할까봐 약 먹었는데…치매 위험 커졌다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약물 성분인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가 모두 치매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함원식·박지수 교수 연구팀은 과민성 방광 환자를 대상으로 두 약물 사용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성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유럽 비뇨기과 포커스'(European Urology Focus)에 게재됐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해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는 질환이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10명 중 1명 이상(12.2%)이 이 병을 앓을 정도로 드물지 않다. 나이가 들면 소변 배출 신호를 전달하는 배뇨신경과 방광 근육의 기능이 약해져 과민성 방광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층도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로 과민성 방광을 겪을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주로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를 쓰는데, 전자는 이미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타-3 작용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약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치매 발병과의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자꾸 소변 마려워" 실수할까봐 약 먹었는데…치매 위험 커졌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과민성 방광 진단받은 환자 345만 2705명을 대상으로 항콜린제 단독요법,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치매 발병 위험도를 각각 비교했다. 평균 추적 기간은 1년 10개월이다. 전체 환자 중 항콜린제 단독요법을 받은 환자 비율은 56.3%(194만 3414명),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은 19.5%(67만 1974명), 병용요법은 24.2%(83만 7317명)가 받았다.



과민성 방광 약물 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중 5.8%에서 치매가 발병했으며, 항콜린제 단독요법의 경우 6.3%, 항콜린제+베타-3 작용제 병용요법은 6.7%,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군의 3.1%에서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세브란스병원, 단위 %과민성 방광 약물 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중 5.8%에서 치매가 발병했으며, 항콜린제 단독요법의 경우 6.3%, 항콜린제+베타-3 작용제 병용요법은 6.7%,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군의 3.1%에서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세브란스병원, 단위 %
분석 결과, 과민성 방광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중 5.8%에서 치매가 발병했다. 항콜린제 단독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는 6.3%가 발병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약물로 인식됐던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군에서도 3.1%에서 치매가 나타났다. 특히,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병용 치료를 받은 군에서는 6.7%로 가장 높은 치매 발병률을 보였다.

함원식 교수는 "베타-3 작용제와 항콜린제 병용요법이 항콜린제 단독요법과 비교해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또한 누적 사용량에 따라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베타-3 작용제도 치매 발병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 약물 사용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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