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유코 여사가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 상실은 단순히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LINE)을 빼앗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1억명 가까운 동남아지역 라인 이용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려던 네이버의 발판 자체가 흔들리는 격이다. 라인야후가 보유한 일본 유수의 이커머스, 간편결제, 배달앱 시장에서도 네이버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될 전망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2011년 출시 당시만 해도 라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획하고, '첫눈' 출신 신중호 현 라인야후 대표가 개발을 총괄한 한국산 서비스였다.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반반 경영'이 시작된 건 2019년부터다. 당시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사)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구조는 몇차례 변경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가진 A홀딩스 아래 라인야후가 자리잡게 됐다.
지진 나 전화선 끊어져도 라인은 '쌩쌩' 고품질 서비스에 일본 정부 '주시'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사진=AP/뉴시스
업계에서는 라인이 일본의 주요 인프라처럼 작동하다보니, 일본 정부에서도 서서히 지배력을 일본에 돌려놔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설립 이후 자유무역 기조에 따라 일본 역시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외국인지분율 제한 또는 외국인 이사 선임 제한 등을 철폐했다.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NTT(일본전신전화)의 기간통신 부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네이버 의존도를 낮추라고 요구한다는 건 이젠 라인이 기간통신 사업자 수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NTT에 걸려있던 외국인 참여제한 규제를 라인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인 뺏기면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 예상
/사진=라인
라인을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려던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국민 메신저 지위를 누리고 있다. 결국 라인야후의 지배력을 잃는다는 건 일본 시장을 넘어 아시아시장을 공략할 주요 수단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성민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서 수퍼앱이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위챗, 라인, 카카오톡이 활성화된 동북아지역"이라며 "잘 키워놓은 수퍼앱 라인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차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