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개요/그래픽=이지혜
치료제 도입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가에 비해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사례는 위고비 뿐이 아니다. 치료제의 수급과 약가 문제,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기관의 심사 등이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에 앞서 지난 2월 일본에선 이미 위고비 판매가 시작됐다. 세계에서 6번째, 아시아에선 처음이다. 현재까지 위고비가 판매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다. 일본이 위고비 판매를 허가한 것은 한국보다 1달 앞선 시기이고 출시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위고비 판매 허가 이후 1년 1개월이 지나도 출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업계에선 한국 의약품시장 규모가 일본보다 작은 데다 낮은 약가 정책, 의사들의 집단행동 등이 위고비 출시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일본 의약품 시장은 10조9395억엔(약 97조3600억원)으로 한국 의약품 시장 규모 29조8595억원의 3배 이상이다. 또 일본은 해외에서 임상 3상까지 진행된 신약은 일본에서 곧바로 2상부터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선구적 의약품 승인 제도'를 도입해 신약의 자국 내 도입 시기를 단축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일본보다 작고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등의 제도적 문제로 한국 내 신약 출시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의료대란으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판촉행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신약 출시를 미루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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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내에는 한국 내 위고비 출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샤샤 세미엔추크 한국 노보노디스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위고비 출시 관련 "(한국이) 굉장히 높은 글로벌 순위에 있다"며 "조만간 이 혁신 신약(위고비)을 한국에 출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시아에서 비만율이 38%로 가장 높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환자들에게 빨리 출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성인 비만율/그래픽=윤선정
위고비는 주 1회 투여하며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68주 동안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평균 14.9%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위고비 한 달 분량(2.4㎎)의 가격은 미국에선 약 180만원, 그 외 국가에선 20만~40만원 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체중이 정상인데도 다이어트를 위해 비만치료제를 쓰는 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논문에서는 GLP-1 유사체가 갑상선암과 자살·자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안전성 이슈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연관성이 없다는 검토 연구가 제시되긴 했지만 GLP-1 유사체의 장기 안전성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아직 우려할 만큼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시된 지 10년 남짓한 약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고가인데도 약을 끊으면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선택을 신중히 할 필요도 있다. GLP-1 유사체가 든 비만치료제를 너무 오래 먹으면 식사를 제대로 못 하게 되면서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만 먹어도 칼로리를 몸에 저장하려 하는데, 이게 요요다. 체중을 줄이면서 요요를 피하려면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해 체중을 줄이려 해선 안 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병행해야 한다. 조금만 먹어도 뇌에서 '배부르다'고 느끼는 데 익숙해지려면 3~4개월이 걸린다. 최소 3개월간은 기존의 식습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잘 버텨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