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자본시장 데이터가 제 가치를 지니려면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5.07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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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사실과 데이터에 집착하는 우리 선조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왜곡이나 고의적인 탈락 없어 세계 어느 나라 실록보다 내용 면에서 충실하다.

세간에선 이런 우리 국민성을 빗대어 '기록의 민족'이라는 수식어를 농담처럼 붙이기도 한다. 기록의 민족 특성은 현대까지도 이어진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만 봐도 공식적인 회의가 모두 의사록에 담긴다. 삿대질하는 모습이나 재채기하는 소리까지 속기사들이 가감 없이 적을 만큼 상황과 맥락을 함께 기록하고자 노력한다.



경제와 금융 및 투자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이나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들어가면 국내 경제 및 산업 상황을 투명하게 수준급으로 담아낸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에 분석이 이어지며 왜곡없이 산업이 돌아가고 투자 시장이 굴러간다.

산업 현장에선 방대한 경제금융 데이터 구축이 우리 경제 분야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며 자부심을 느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같은 높은 수준의 자료들을 우리만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정보가 한글로만 작성이 된다.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큰 손인 외국인들이 보기 쉽지 않다.



혹자는 이처럼 외국인들이 국내 경제금융 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글로벌 큰손들이 우리 경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통계 정보를 영문으로도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최근 공들이고 있는 증시부양책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려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공시제도가 지닌 투명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모두 한국어로 작성된다.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성공 키워드는 국내 상장사들의 공시 참여율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우리 주식시장을 이해하느냐도 핵심이다.


지난 2월 두 번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관련 가이드라인 역시 공개됐다. 여기에서도 우리 투자 시장의 큰 손 외국인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밸류업 관련 공시를 영문으로 병행해 공시 권고 내용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못하다.

전체 공시 내용을 외국인들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영문 공시를 병행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상장사나 개인 투자자 뿐만 아니라 국내에 오랜기간 투자한 외국인들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의 내용 정도는 언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우리 증권·투자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다. 정책 방향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오해를 불러오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들여다보는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우보세]자본시장 데이터가 제 가치를 지니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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