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훈 감독/사진제공=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
안재훈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아가미'가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며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라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하 안시 페스티벌)의 장편 영화 콩트르샹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이다. 안 감독은 2011년 '소중한 날의 꿈' 장편 경쟁 진출, 2020년 '무녀도' 장편 콩트르샹 부문 수상에 이어 아가미로 세 번째 안시 페스티벌에 진출하며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안 감독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가미의 안시 페스티벌 진출 의미에 대해 세계 관객에게 한국 작품에 대한 인상을 남기는 게 가장 크다고 말했다.
특히 안 감독은 이번 안시 페스티벌 진출이 그간 한국의 타 문화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됐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상업적 성과로까지 이어지며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개봉하는 관계자들도 우리나라 사람을 보고 만든 우리 애니메이션이 많이 보여지길 바라지만,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불안감이나 고민이 해외 상영과 해외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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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보편타당합니다. 좋은 인력들이 충분한 제작비로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장인 정신이 뛰어납니다. 다만 일본은 어찌 됐든 계속 판타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민주화든 경제든 모든 것이 사람의 힘으로 이뤄낸 것들이기에, 이러한 스토리는 언젠가는 다양성을 넘어서 특수성, 특별함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나 사회가 갖는 마음은 세계적인 것입니다. 이미 한국 창작자들은 어떻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계의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느리지만 분명히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저도 앞으로도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한국 감독만의 태도로 국내 관객은 물론, 전 세계 관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매일 책상에 앉아 작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안 감독은 현재의 콘텐츠 시장 변화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을 만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당장은 더 많은 관객들이 아가미를 좋아하실 수 있도록 잘 마무리를 짓는 게 우선입니다. 순차적인 일정에 따라 부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도 준비하고, 개봉 준비도 해야 합니다. 또 극장용 '영웅본색' 애니메이션도 제작 중에 있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숏폼 형식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한편 제48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6월 9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남동부 안시에서 개최된다.
◇안재훈 감독은?
1992년 애니메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해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부터 감독의 길을 걸었다. 이어 중편 '순수한 기쁨'(2000)을 통해 한국의 거리를 필름에 담기 시작했으며,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소중한 날의 꿈'(2011)에 1970~80년대 대한민국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소중한 날의 꿈'으로 첫 안시 페스티벌 진출의 쾌거를 이룬 안 감독은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의 빈 공간을 채우고 한글로 쓰인 우리 문학이 애니메이션이 돼 전 세계에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단편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 등 제작 기간만 10여 년에 이르는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안시 페스티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무녀도'(2021)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필름 제작 시대부터 현재 AI(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빛깔을 유지하되 '낡은 경험'이 되지 않도록 언제나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