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2023년 배터리 매출/그래픽=윤선정
우리나라 업계는 생산한 배터리 10개 중 8개 이상을 해외에 판다. 유럽을 필두로 한 친환경 규제가 수출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배터리 순환경제' 조성을 위해선 재생원료를 포함한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SDI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에너지솔루션(소형전지 등 판매) 부문 매출 20조4061억원 가운데 수출은 18조2125억원이다. 사업부 매출 중 89.3%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배터리를 10개 만들면 8개 이상은 해외로 수출하거나 해외에서 직접 만드는 구조라는 얘기다.
탄소중립 관계 부처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며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로부터 재생원료를 추출해 사용해야하는 규제 흐름을 고려하면 재생원료 부족현상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남는 전기차용 배터리는 10~15% 정도지만 중고차 해외 수출까지 고려하면 10%가 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순환경제 위해선 '재생원료 공급망' 확보해야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차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전시되어 있다. 2024.04.24. /사진=뉴시스
이 시각 인기 뉴스
실례로 유럽은 이르면 2031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중 16%를 재생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 비중은 5년 뒤인 2036년 10%p(포인트) 상향된 26%로 강화된다.
우리가 배터리 순환경제를 조성에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선 현 시점에서 10% 안팎 재생 코발트를 더 확보해야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명시적으로 성분별 재생원료 사용비중을 규정하진 않았지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범위 안에서 자국 혹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에서 생산한 재생원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최근 업계와 손잡고 폐배터리 재생원료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환경부는 올 3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5곳과 폐배터리 인증 시범사업 추진협약을 맺고 △협의체 운영 △재생원료 인증방법 구체화 △인증제도 마련 및 관련제도 개선 등에 착수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선 국내 자원만 갖고 순환경제 조성이 안된다"며 "우리나라의 수출형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순환원료에 대한 공급망 체계를 국가별로 연계하고 지역별·권역별로 동맹을 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순환경제 정책은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한다"며 "환경부는 재활용 원료를 생산·공급하는 인증체계 마련·구축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원료 제품 생산을 독려하는 등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