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신 3사 담합 매출 28조…업계 "수 조원 과징금? 불안감"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성시호 기자 2024.04.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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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 한 휴대폰 판매매장의 이통3사 로고의 모습. 2024.02.13.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 한 휴대폰 판매매장의 이통3사 로고의 모습. 2024.02.13.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행위에 따른 관련 매출액을 28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법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과징금 부과액은 최대 3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격)상 관련 매출액·중대성 판단은 기준점에 불과하다. 과징금은 하반기 중 열릴 최고 의사결정기구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에서 결정된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통신 3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담합 행위에 따른 부당 매출액을 이같이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사는 2015년부터 8년간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 조건·거래량 등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과징금에 대해 위법행위 관련 매출액에 부과 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공정위는 2021년 말 기준으로 과징금 고시를 고쳐 시행한 바 있다.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은 △매우 중대한 행위 기준 7.0%~10.0%에서 10.5% ~ 20.0%로 올랐다. △중대한 위반행위는 3.0%~7.0%에서 3.0%~10.5%로 올랐다.



통신 3사 담합행위를 마친 시점이 2022년 이전이라면 최대 과징금은 매출액 28조원의 부과율 10%인 2조8000억원을 부과받게 된다. 2022년 이후 이뤄진 담합 행위에 대해선 부과율이 상향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과징금 규모도 커질 수 있다. 통신 3사의 조사 협조 등 과징금 경감 요인을 제외한 단순 추정이다.

다만 심사보고서에 담긴 제재 의견은 기준점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이르면 올 하반기 내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위원들 간 합의로 제재 수준을 결정한다.

관련 매출액·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과징금 부과액은 크게 바뀔 수 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과징금을 상한으로 부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행위에 대한 관련 매출액·중대성 판단이 모두 불확실하고 조사 협조 등에 따른 과징금 감경 10% 등 조항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사례들을 보더라도 전원회의서 제재 수준은 심사보고서 내용과 크게 달랐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CJ올리브영에 과징금 약 19억원을 부과했다. 당초 심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예측한 최대 6000억원의 과징금과 다른 결과였다.

이번 사안에 대한 법리 공방도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들은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판매장려금 기준선 준수 등 적법한 행정지도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기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취지가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했다는 주장이다.

방통위 역시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공정위-방통위 간 의견 마찰이 빚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통위와 행위 판단 관련 의사소통을 지속해왔고 행정지도 등이 이번 행위와 관련 있다는 부분도 심사보고서에 반영했다"면서 "전원회의 심의에서 최종적으로 논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징금이 조 단위?…판매장려금 담합의혹에 통신3사 불안감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국내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제기된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통신업계에선 과징금 규모가 '역대급'에 이를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방송통신위원회와 담합 조사에 나선 공정위의 관점이 충돌하는 데 따른 원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51,800원 ▼200 -0.38%)·KT (37,250원 ▼450 -1.19%)·LG유플러스 (9,910원 ▼20 -0.20%) 통신 3사는 최근 공정위가 보낸 심사보고서를 놓고 각자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비유되는 이 보고서는 사건 개요와 시장실태, 위법성 판단, 과징금 납부 명령을 비롯한 심사관의 조치의견 등을 포함한다. 사건절차 관련 규칙에 따라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과징금 최종 부과금액을 적시하지 않지만, 과징금 산정의 기초인 △위반행위의 기간 △관련 매출액 산정기준 △위반행위의 중대성 등이 필수 적시 사항인 탓에 현재 이통사들은 과징금의 최대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통신사 한 곳에선 회사별로 부과될 과징금의 규모가 1조~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유통구조에서 소비자가 휴대폰 단말기를 살 때 받는 지원금은 주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과 유통채널(판매점·대리점)의 추가지원금으로 나뉜다.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으로 마련되는데, 공정위는 통신 3사에 대해 2015년부터 판매장려금의 액수를 놓고 담합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통신 3사가 번호이동 현황을 공유하면서 유통채널에 지급할 판매장려금을 조절하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번호이동 상황반이 매개체였다는 내용이 골자다.

판매장려금은 법정 한도가 없지만, 방통위는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단통법) 도입 이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로 맞추라는 행정지도를 유지해왔다. 통신 3사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번호이동시스템을 활용해 번호이동 건수를 20~30분 간격으로 공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처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아이폰 6 대란' 등이 발생한 데 따른 산물이다. 통신 3사는 그간 방통위 시책을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이들이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넘어 경쟁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엇박자는 담합 조사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방통위는 올해 2월 말쯤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은 담합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지난 24일 취재진에게 공정위가 통신 3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면서 후속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요 당국 2곳이 파열음을 내는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재까지 특별히 나선 곳은 없어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과징금 부과 여부와 액수는 하반기쯤으로 점쳐지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과징금 규모가 역대 최대로 예상되는 데다 통신 3사의 반발이 거세 수년이 소요되는 불복 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4조4000억원대였던 만큼, 공정위 심결과 법원 판결에 따라 한 해 영업이익이 오갈 수 있는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순증·순감치가 일별·월별로 전부 다른데, 짜고 쳤다면 일정하게 나왔을 것"이라며 "규제기관 가이드에 따랐는데도 공정위 제재가 들어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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