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아이러니하게 경증 환자는 동네 병원에, 중증 환자는 큰 병원에 가는 의료전달체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를 대체하는 진료 보조(PA) 간호사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평균 입원 환자 수는 파업 이전의 70~90% 수준을 회복하는 등 의료 현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일 평균 일반 입원 환자 수/그래픽=윤선정
정부가 5000억원을 투입하며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안간힘을 쓴 결과 중환자실, 응급실 치료 역량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환자실 입원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7050명으로 2월 첫 주의 96% 수준이다. 응급실은 전체 408개소 중 393개소(96%)가 병상 축소 없이 운영 중이다. 전공의 비율이 30~40%로 높은 소위 '빅5 병원'은 평균 입원 환자가 평시의 60%대로 아직 낮지만 큰 변동 없이 소폭이나마 회복되는 추세를 보인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 의대 교수의 심경을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주 1회 휴진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한 대학병원 관계자 A씨는 "전공의는 교육·수련생 신분으로 전문의처럼 수술을 주도하지 않는다. 간호사도 교육과 실습을 충분히 하면 전공의를 대체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PA 간호사의 역할을 법적으로 보호한 것이 환자 수용 능력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 B씨도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전공의 이탈 이전의 최대 80%까지 의료수익을 회복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 등 병원 구성원 대상의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한산한 대학병원'에 점차 적응해간다. 전공의 이탈 기간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30대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4~6주 간격으로 병원에 오는데 환자가 거의 절반은 준 것 같다"며 "진료 대기가 거의 없어 오히려 만족스럽다"고 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9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인턴 숙소가 텅 비어있다./사진=[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이 시각 인기 뉴스
B씨는 "의대 교수들이 한꺼번에 이탈하면 불완전하게나마 회복되던 대학병원 진료 기능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며 "산 넘어 산"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의대 교수들이 업무 부담과 환자 안전을 이유로 사직·휴진을 결정했는데, 한편으로 병원이 안정화되면 전공의 복귀가 요원해질까 걱정하는 측면도 있다"며 "정부가 진료 유지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당직을 서는 전문의 인건비만이라도 즉시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은 5월 중순까지 가능한 상태"며 "이후 지원 규모와 항목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