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반환' 잇따른 보로노이…"악재 아냐, 주력 파이프라인 속도"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4.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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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노이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목록. /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보로노이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목록. /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기술이전 강자' 보로노이 (34,250원 ▲50 +0.15%)가 미국 바이오텍에 수출한 파이프라인이 반환되거나 임상 진행이 조기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바이오 시장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상업화 가능성이 낮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다만 업계 내 기술반환 사례가 적잖은 만큼 보로노이 측은 악재로 판단하기보다 주력 파이프라인 개발에 '올인', 실적 견인에 집중하겠단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가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L/O)한 5건의 파이프라인 중 3건이 개발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 자금 등 경영상 문제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거나 임상이 중단된 파이프라인(기술이전 시기·대상 기업명)은 △VRN02(2021년·프레시 트랙스 테라퓨틱스) △VRN08(2021년·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 △VRN14(2022년·메티스 테라퓨틱스)다.



가장 최근 보로노이는 미국 중소 바이오 기업 메티스 테라퓨틱스(이하 '메티스')에 기술이전한 고형암 치료제 VRN14에 대한 물질 권리가 반환됐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VRN14는 후보물질 도출 전 단계에서 메티스와 4억8220만달러(약 6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메티스는 AI(인공지능) 신약 개발 과정에서 타깃 물질을 찾던 중 VRN14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메티스는 경영환경 및 개발 전략 변경을 이유로 보로노이에 권리반환 내용을 통보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이하 '피라미드바이오')에 기술이전했던 VRN08에 대한 기술 계약이 해지됐다. 보로노이와 피라미드바이오는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총 8억46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피라미드바이오는 VRN08을 난치성 유방암 환자 대상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비임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지난해 독점실시권을 반환했다.



보로노이가 2021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VRN02를 기술이전한 미국 프레시 트랙스 테라퓨틱스(구 '브리켈 바이오'·이하 '프레시트랙스')는 지난해부터 회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이던 VRN02의 임상 1상은 현재 조기 종료(Terminated)된 상태다. 현재 보로노이는 프레시트랙스로부터 청산 관련 추가 내용은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레시트랙스의 청산 절차에 대해 최근 내용은 아직 전달받은 건 없다"며 "다른 기업과 인수 절차 등에 따라 VRN02 임상 재진행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반환 이슈는 악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의 관련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업계에선 반환 물질 개발 단계를 끌어올려 다시 수출하는 재기 사례로 삼거나, 확보한 선급금을 추가 R&D(연구·개발)에 사용하는 등 해당 이슈의 '활용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로노이의 해당 3건의 파이프라인이 극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된 만큼 반환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전 초기 단계에서 내보내는 물질은 10개 중 1개가 성과를 내는 정도로 성공확률이 낮다"며 "긍정적으로 본다면 선급금을 회사 주요 재원으로 쓰는 일종의 '남는 장사'로 볼 수도 있다. 해당 파이프라인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이 아니란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로노이는 최근 반환된 후보물질 기술을 다시 개발하기보다는 주력 파이프라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릭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07'의 경우 임상 1상을 내년 상반기 종료 후 바로 2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VRN07에 대한 중화권 판권을 보유한 보로노이는 대규모 기술이전 추가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중화권 판권(중국·대만·홍콩·마카오)이 매각되면 흑자전환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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