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내과 전공의들, 전문의 꿈 안 버렸다?…72%는 공부 중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4.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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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민 대한내과학회 총무이사 겸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이 27일 서울 홍제동 스위스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날(26일) 진행한 온라인 강좌에 냐과 전공의의 약 70%가 신청해 수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강석민 대한내과학회 총무이사 겸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이 27일 서울 홍제동 스위스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날(26일) 진행한 온라인 강좌에 냐과 전공의의 약 70%가 신청해 수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책에 반발해 두 달 넘게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대다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가운데, 내과 전공의의 72%에 달하는 1412명이 대한내과학회가 마련한 온라인 강좌를 신청해 수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들이 내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들의 언젠가는 병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대한내과학회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스위스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마련한 '2024년 대한내과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학회 강석민(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 총무이사는 "내과 전공의 1·2·3년 차를 다 합치면 총인원이 1962명인데, 그중 72%인 1412명이 26일 우리 학회가 마련한 '내과 전공의 핵심 역량 연수 온라인 강좌'에 신청했다"며 "전공의의 70%는 아직 내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구나, (그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학회가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 27일 춘계학술대회엔 전문의·전공의 포함, 총 3050명이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전공의가 몇 명인지는 집계되지 않았다. 양철우(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대한내과학회장은 "어제(26일) 진행한 내과 전공의 핵심 역량 연수에서 전국에 있는 내과 전공의의 70~80%가 참석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의료대란과 관련 없던) 지난해보다 전공의 참석률이 10% 이상 더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내과학회 양철우(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사진 왼쪽) 학회장과 박중원(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사진 오른쪽) 이사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의 공백 이후 내과 교수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며 "내과를 필두로 필수의료를 살리는 시스템, 전문의 중심의 병원을 정부가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대한내과학회 양철우(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사진 왼쪽) 학회장과 박중원(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사진 오른쪽) 이사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의 공백 이후 내과 교수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며 "내과를 필두로 필수의료를 살리는 시스템, 전문의 중심의 병원을 정부가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들은 이번 의료대란의 문제점으로 △내과 같은 필수의료에 몸담았던 전공의의 복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란 점 △앞으로 필수의료에 지원하려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줄어들 것이란 점 △이런 여파가 10년 이상 갈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전문의 중심 병원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총무이사는 "필수의료를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의료대란으로 끝나지 않고 필수의료 수급 문제를 계속 일으켜 결국 필수의료는 붕괴하고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대체해온 내과 교수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는 토로와 함께,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상황을 인정하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철우 학회장은 "우리 병원 신장내과 스태프 9명 가운데 4명이 나가면서 남은 5명이 일주일에 1~2회 당직을 서고 있다"며 "외래진료는 다 보면서 중환자실 투석 환자를 관리하고, 입원환자를 보는 일을 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대중(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수련이사는 "지금까지는 내과 교수들이 '그래도 정부가 좀 설득돼,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겠느냐'란 희망을 품고 버텨왔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또 다른 플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수련이사는 "복귀하는 전공의는 더는 '(병원이) 부려 먹는 의사'여선 아니고, (노동자가 아닌) 교육생의 신분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며 "전공의 없이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내과학회 임원진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의료대란의 문제점과 우려되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형철 간행이사, 김형종 보험이사, 조영석 기획이사, 양철우 학회장, 박중원 이사장, 강석민 총무이사, 김대중 수련이사. /사진=정심교 기자대한내과학회 임원진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의료대란의 문제점과 우려되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형철 간행이사, 김형종 보험이사, 조영석 기획이사, 양철우 학회장, 박중원 이사장, 강석민 총무이사, 김대중 수련이사. /사진=정심교 기자
그 예로, 전문의를 더 많이 채용하거나 PA(진료지원) 간호사 같은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그는 제시했다. 김대중 수련이사는 "이런 식으로라도 빨리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은 지친 교수들이 하나둘씩 병원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세대 의대 소속인 강석민 총무이사는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매월 30일에 휴진하는 것으로 이야기됐다"면서도 "이번 달 30일은 당장 며칠 앞이어서, 예약된 환자 수십 명을 돌보지 않겠다는 그런 양심 없는 의사는 없겠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된 상황이 이어진다면 (휴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몇 달 전 해외 학회 참석이 이야기된 교수들도 있고, 지금 와서 안 간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의료대란) 상황이 지속하면 결국 주니어 스태프의 학회 발표 기회가 줄어들고 대한민국 의료의 학문적 위상도 줄어들어 결국 우리나라 의료계의 양적 질적 저하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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