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건강 위협하는 악취 폐공장·축사…주민쉼터·녹지공간으로 재탄생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 기자 2024.05.03 05:05
글자크기
마을 중앙에 위치한 폐축사.주변에 무너진 돌들이 있어 주민들의 안전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사진=오세중 기자마을 중앙에 위치한 폐축사.주변에 무너진 돌들이 있어 주민들의 안전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사진=오세중 기자


"지방상수도가 없던 당시에는 지하수로 돼지를 먹였다. 돼지똥도 그냥 바깥에 쌓아두니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옆 고속도로를 지나갈 때 악취로 코를 막고 지나가야 했다. 손녀들도 동네에 찾아오려 하지 않는다. 습하면 파리 번데기가 똥에서 나와서 흰벽이 까만 벽이 됐고 양돈단지가 조성되면서 이사를 간 축사는 폐축사가 돼 악취와 오염이 심했다"(마을주민 남점순씨)

경상남도 합천군 야로면 하빈리 하빈1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공간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지구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뒷산들이 아담한 마을을 병풍처럼 싸고 있었다. 남향으로 향한 마을 입구 아래서 올려다 본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목가적 향취를 풍겼다. 마을 비석과 외부인들 맞는 주민센터 옆에는 조그만 실개천도 흐르고 있었다. 이곳이 공간정비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유는 뭘까.

유진형씨(마을이장)는 "마을 입구에서 보기에는 아름다운 농촌 마을 같지만 마을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가 많다"며 "돈사(돼지)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이전 또는 폐쇄시키면서 그대로 남겨진 폐사로 인한 오염으로 지하수를 마시다 마을 집단이 장티푸스를 앓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미정 합천군청 미래성장활력과 농촌개발담당은 "방치된 폐축사들로 인해 1984년 집단 장티푸스 감염은 물론 주민들이 습관적 설사, 피부병에 시달렸다"며 "국수에도 넣고 마시던 지하수를 완전히 폐쇄하는 것은 물론 곳곳에 버려진 폐사가 널리 분포돼 있어 가정집은 물론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도 심각한 악취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이장과 함께 돌다보니 입구에서 보이던 한가로운 농촌마을은 온데 간데 없고 스산함이 가득한 폐축사들이 즐비하게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윗줄)에 폐축사들이 현재 주민이 거주하는 집과 맞붙어 있다. (아랫줄)뒤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초등학교 담벼락을 타고 폐축사들이 위치해 있어 담장 붕괴와 악취 등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사진=오세중 기자윗줄)에 폐축사들이 현재 주민이 거주하는 집과 맞붙어 있다. (아랫줄)뒤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초등학교 담벼락을 타고 폐축사들이 위치해 있어 담장 붕괴와 악취 등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사진=오세중 기자
거의 모든 폐축사들이 실제 지금도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 바짝 붙어 있거나 초등학교 옆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파리·모기떼가 들끊는다는 주민들의 민원처럼 환경 위생은 물론 아이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공간정비사업 추진 지구로 야로면 하빈1구를 선정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25억400만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을 악취 등 위생 유해요소를 제거하고 농촌공간 재구조화를 통해 정주환경 보호는 물론 생활서비스 확충과 새로운 주민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는 폐축사 등의 유해시설을 철거 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활력광장을 조성하고 마을 초등학생이 뛰놀 수 있는 하빈 꿈나무 놀이터를 조성한다. 길을 따라 이어진 축사를 없애 보행도로를 넓히고 주민 힐림쉼터, 돌봄 나눔터 시설도 만든다.

특히 스마트팜 스타트업 경영실습장 조성해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든다는 목표다.

하빈 1구 종합 계획도./자료=농식품부 제공하빈 1구 종합 계획도./자료=농식품부 제공
또 농식품부는 폐축사처럼 주변환경의 위해요소로 작용하는 공장지대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대상지역은 경상북도 영양군 영양읍 동부리 일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동부리 내 고추장공장, 벽돌공장, 풍림제재소는 약 30년 정도의 노후화 된 시설이다. 특히 고추장 공장의 경우 영업이 중단된 유휴시설 폐공장으로 구분되며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김주헌 영양군청 농촌경제과 농촌활력팀 주무관은 "동부리에 일반주거지역 내 3개소의 공장이 혼재하고 있어 공장 시설들에 의한 소음, 악취가 발생하고 폐업 후 방치된 시설들로 인한 경관 훼손과 안전사고 우려가 심각해 동부리 거주 주민들의 위생과 삶의 질을 장기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농식품부 제공사진=농식품부 제공
강윤구씨(마을주민)는 "영양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는데 거주지역 내 공장이 있어 소음이 발생하고 경관을 해치고 있고 특히 장기간 방치된 폐공장을 매일 보면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지저분하고 발전이 없는 영양을 빨리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실제 벽돌공장과 풍림제재소는 대형 차량 통행으로 인한 안전사고 문제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소음 등이 주거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방치된 고추장 폐공장의 경우 옹벽 균열로 옆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옹벽 붕괴의 위험을 안고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해당시설들을 철거하는데 22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제재소와 공장 등의 유해시설을 철거하고 녹지공간과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포그래픽=농식품부 제공인포그래픽=농식품부 제공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다움을 복원하고 재생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농촌공간계획을 바탕으로 농촌이 주민에게 살기좋고 매력적인 농촌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농촌공간정비사업을 통해 농촌의 난개발 요소 제거와 쾌적한 정주환경 조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