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축소한 카드사, 순이익 27% 증가…연체율은 '비상등'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4.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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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카드사 당기순이익 및 연체율/그래픽=윤선정5개 카드사 당기순이익 및 연체율/그래픽=윤선정


4대 금융그룹 소속 카드사와 삼성카드 등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업황이 나빠졌지만 마케팅 등 비용이 투입되는 영역에서 돈을 아꼈다. 연체율은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했다. 일부 카드사의 연체율은 1.94%로, 마의 2%가 턱 밑으로 다가왔다.

26일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5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총 5846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4604억원보다 27% 늘었다.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모든 카드사의 실적이 성장했다. 특히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의 증가 폭이 컸다. 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으로 535억원을 올렸다. 1년 전 202억원과 비교하면 165%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820억원에서 1391억원으로 순이익이 70% 증가했다.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77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22% 성장했다. 신한카드는 1667억원에서 1851억원으로 11% 늘었다. 반면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으로 1년 전 460억원보다 37% 감소한 29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순이익을 늘렸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판매관리비가 1년 전보다 각각 9%, 4% 줄었다. 일반적으로 판관비엔 광고·마케팅비와 임직원 임금 등이 포함된다. 신한카드는 판관비가 4% 늘었으나 영업수익 증가율(12%)에 비해선 크지 않은 수치다. 우리카드도 판관비가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드사가 비용 효율화에 나선 이유는 업황이 개선되지 않아서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을 공개한 3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의 이자비용은 총 5690억원으로, 1년 전 5133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카드사의 조달 금리는 2022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에 이미 지난해 1분기 실적에 금리 인상의 영향이 반영됐는데도 올해 또다시 이자비용 증가세가 이어졌다.

업황을 엿볼 수 있는 또다른 지표인 영업수익도 특별히 두드러지게 성장하지 않았다. 영업수익을 공개한 신한·삼성·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영업수익이 1년 전보다 2~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인 12~19%와 비교하면 높은 증가율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체율도 불과 3개월 새 삼성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에서 올랐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1.67%였으나 올해 1분기 1.94%로 0.27%포인트(p) 높아졌다.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1.45%에서 올해 1분기 1.56%로 0.11%p 상승했다. 신한카드는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던 지난해 내내 연체율이 1.5%를 넘은 적 없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1.22%에서 올해 1분기 1.46%로 0.24%p 올랐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1.03%에서 올해 1분기 1.31%로 높아졌다. KB국민카드는 3개월 새 연체율이 0.28%p 오르며 5개 카드사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 삼성카드는 이 기간 연체율이 1.2%에서 1.1%로 0.1%p 내려갔다.

건전성이 나빠지면서 5개 카드사는 순이익의 1.4배 웃도는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충당금은 총 8070억원으로, 1년 전 7652억원과 비교해 6% 증가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충당금으로 각각 2247억원, 1944억원을 적립했다. 삼성카드는 1753억원을 쌓았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적립액은 각각 1220억원, 906억원이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 금리가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업황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실제 올해 1분기에도 모든 카드사의 이자비용이 증가했으나 줄일 수 있는 데서 예산을 아껴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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