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눈동자 움직임으로 뇌 상태를 진단하는 게 신기술은 아니다. 일부 병원은 이 같은 진단 기술 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장비 가격이 4000달러 이상인 데다 부피도 커 가정용으로는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반 환자들에까지 기술 혜택이 미치지 않고, 연구자들이 많은 양의 진단 데이터를 모으기 어렵다고 바이탈AI는 지적했다.
물론 바이탈AI 기술이 전문의료장비만큼 정확한 건 아니다. 그러나 상용화된다면 치매, 뇌진탕 등 뇌 질환 의심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반 가정은 물론 뇌진탕 등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스포츠 경기장, 산업현장 등에서 폭넓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진단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해 알고리즘 훈련 등 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
눈동자 움직임을 이용한 뇌 진단 기술 스타트업 바이탈AI의 공동창업자 사이 마타팔리(왼쪽)와 로한 칼라하스티./사진=바이탈AI 홈페이지 갈무리
천재라고는 해도 이들은 고등학생. 고등학생에게 선뜻 거금을 내놓을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일단 초기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마타팔리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 인터뷰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제품을 만들기 전 투자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바이탈AI의 가장 큰 강점은 모금 전 테스트용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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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팔리는 "우리가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완성된 제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제품을 완성해둔 덕에 투자자 회의 때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프레젠테이션은) 내 삶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누구나 부모, 조부모의 건강을 걱정한다. 우리가 노인의 삶을 더욱 가치롭게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한 게 통했다고 본다"고 했다. 바이탈AI는 창업 자본금으로 12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16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요양병원에서 직원이 병원 복도에 설치된 가짜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치매 노인을 돌보는 모습. 가짜 버스정류장은 병원을 나가겠다며 불안해 하는 치매 노인들에게 안정 시키기 위해 병원 복도에 설치됐다. 환자들은 종종 이 곳에 앉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고 한다./AFPBBNews=뉴스1
마타팔리는 "사업과 학업의 균형을 맞추려면 학교를 많이 빼먹어야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며 "투자자 전화를 받고 베타 테스트를 시행하느라 미·적분학 숙제를 빼먹은 적고 있고 잠을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바이탈AI를 성공시키기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 (칼라하스티와) 얘기를 나눴고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점차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지금은 친구와 만날 시간을 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마타팔리는 한 의료기술 분야 기업가로부터 "의료기술 분야에서 창업하면 제품 출시까지 3~5년이 든다. 돈 벌 생각이라면 이 분야는 최악"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오히려 이 말에서 더 큰 동기를 얻었다고 했다. 마타팔리는 "오로지 돈만 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하는 게 창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기술로부터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아직 베타 테스트 단계임에도 바이탈AI는 기업가치 1250만 달러(171억원)를 인정받았다. 칼라하스티와 마타팔리는 지난해 USA투데이가 선정한 올해의 신인 기업인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칼라하스티는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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