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4일 충북 청주에 건설 중이던 팹(Fab) M15X를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D램 생산기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한 말이다. 이 회사는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을 투입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D램 생산에 나선다.
시장은 곽 사장의 결정을 '과감한 베팅(betting)'으로 평가한다. 지금은 AI 열풍으로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머잖아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HBM 시장 1위 SK하이닉스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향후에는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마하(Mach)-1처럼 'HBM이 필요 없는 AI 가속기'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곽노정 SK 하이닉스 대표이사. 2024.2.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HBM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곽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앞으로도 HBM 1등 경쟁력을 유지할 것", "내년에도 HBM 수요는 타이트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마이크론의 엔비디아 대상 HBM3E 공급,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세계 최초 개발 소식과 관련해선 사내 소통행사에서 "우리의 자존심에 hurt(아픔)는 하나도 없다. 자만하지 말라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주는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곽 사장은 HBM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동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12조4296억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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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2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셜미디어(SNS)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HBM 사업에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은 이와 관련한 사업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