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름 없는 실험동물을 위한 작은 관심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4.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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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름 없는 실험동물을 위한 작은 관심


푸바오가 한국을 떠난지 한 달이 다 돼간다. 2020년 7월 한국에선 태어난 푸바오는 3년 반 정도 국내에 머물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중국 반환을 위해 차량으로 이송되던 날 빗길을 뚫고 대규모 인파가 눈물로 배웅에 나섰고, 아직도 한국 컴백 요청이 줄을 잇는다.

다소 유난스럽단 느낌도 들지만 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대기업 특유의 마케팅이 빛을 발한 것일지라도 푸바오라는 존재의 사랑스러움이 없었더라면 누릴 수 없었던 인기다. 무엇보다 동물을 향한 인간의 순수한 애정이 그 근간에 있다고 믿는다.



고향으로 돌아간 푸바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삶의 질을 걱정하는 시선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여전히 뜨거운 국내 관심에 중국 정부 역시 푸바오의 근황을 알리며 '이만큼 잘 지내고 있다'고 애써 강조하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한해 수백만 마리의 동물이 의약품과 화장품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으로 희생되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에만 499만마리가 국내 동물실험에 동원됐다. 이 가운데 40% 이상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 E등급 실험에 투입된다.



동물실험은 당장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대체할 핵심 수단으로 꼽히지만, 그 결과가 인간 임상에서 나타날 확률에 5% 수준이라는 영국 생명공학센터 연구 결과도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인공장기 기술이 급부상 중이지만 적극적인 동물실험 대체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2008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도가 국내에 도입됐지만, 실험동물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매년 그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미국·유럽과 상반된 모습이다.

오늘도 희생된 이름 없는 실험동물은 운이 좋았더라면 푸바오 만큼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살아갔을 것이다. 비록 푸바오와 같은 삶을 안겨줄 순 없지만, 푸바오에게 보인 관심 중 조금만 할애한다면 보다 윤리적인 실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희생을 최소화 할 방법까지 고민이 닿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고민과 해결책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지난 24일은 비윤리적이고 비효율적인 동물 실험을 반대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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