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당시와 비교할 때 근로시간 상한이 감소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며 근로·생활여건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등 변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용근로자인 A씨는 2014년 7월30일 경남 창원의 한 여관 철거 공사 현장에서 높이 28m의 굴뚝 철거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에 연결된 안전망이 굴뚝 위의 피뢰침에 걸려 뒤집히면서 약 9m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장골과 경골, 비골이 골절되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쟁점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월 가동일수를 며칠까지 인정하느냐였다. 1심은 이를 19일로 인정했지만, 2심은 대법 판례에 따라 22일로 계산하는 게 맞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2003년 10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집계된 월 평균 근로일수 등 통계 등을 감안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을 초과해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 하급심도 이 판례에 따라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보는 판단을 했고, 대법원도 대체로 이를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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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은 이 사건에서 당시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정하는 근거가 됐던 각종 통계자료가 많이 바뀌는 등 변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우선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11년 7월부터 대부분 사업장에서 근로시간 감소가 이뤄졌고, 대체공휴일 신설이나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근로여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로도 월 가동일수가 줄어들고 있어, 과거 대법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이 사건 사고 당시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이를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을 통해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20일을 초과해 인정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20일 미만의 월 가동일수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기준점이 22일에서 20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실제 실무례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만 놓고 본다면 손해배상액이 줄어든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 즉 일실수입에 관해 실제 손해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해야 하는 대원칙상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며 "대법원은 2019년 전합판결을 통해 일실수입 산정과정에서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등 시대상황에 맞는 경험칙을 선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