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70%, 특위도 숫자싸움?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구단비 기자 2024.04.2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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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의대 증원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과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축하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다./세종=뉴스1 22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의대 증원 반대 등의 내용이 적힌 근조화환과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축하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다./세종=뉴스1


정부가 이번 주 중 의대 증원에 대한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지만, 의사들은 이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집단은 의사가 전체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해야 정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22일 자신의 SNS에 "먼저 때린 놈이 자기는 잘못 없다고 버티다가 처벌이 다가오자 빨리 합의 보자고 난리"라고 짧은 코멘트를 올렸다. 의료개혁특위에서 합의점을 찾으려는 정부의 의지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임 당선인은 19일 세계의사회 임원 미팅에서 "위원회 20명 중 14명은 의료현장을 잘 아는 의사나 의료 행정을 했던 의사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성원의 70%가 의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개혁특위가 협의체가 아닌 공론화위원회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정진행 교수는 "협의체는 대표가 협상장에 가서 회의하고, 그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며, 대표라는 분의 개인 주장도 가능하다"며 "반면 공론화위원회는 찬반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이 각각 입장을 국민 앞에서 발표하고 공론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밀실 협의체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양측(정부·의사) 전문가가 직접 공개 발표 토론하는 형식의 '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날 의사들 커뮤니티에선 "의사도 다양한 집단이므로 의사가 의료개혁특위 전체 구성원의 3분의 2를 차지해야 한다" "위원장마저 의료 전문가가 아닌데 의사 대표를 들어오라 하는 건 고압적이고 오만하다"란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반면 의사 집단 내부에선 의료개혁특위에 대한의사협회 차기 집행부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사들이 참여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의료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전공의도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 정부는 2000명 의대 증원 고집을 접고,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등 의료계가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주길 거듭 당부한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유연함과 거듭된 대화 제안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이번 주에는 의료개혁특위가 출범해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추진한다"며 "정부는 의료계 등 일대일 대화도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노력을 열린 마음을 받아들이고 대화의 자리에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주 첫 회의를 개최하는 의료개혁특위는 민간위원장 1인, 정부위원 6인,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민간위원은 각 대표가 추천한 대표 또는 전문가,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10인, 수요자단체 5인, 분야별 전문가 5인 등이 참여한다.


박 차관은 "특위 내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지부 내 위원회 운영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도 설치할 계획"이라며 "특위는 사회적 논의체로 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개혁과제와 필수의료 투자방향, 의료인력 수급의 주기적 검토 방향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오는 25일 의대 교수 사직서 효력 발생에 대해선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가 상의해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교육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전공의의 복귀를 촉구하며 의료계와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와 의료계도 유연한 자세로 정부와의 대화에 임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 드린다"며 "(의료계가) 대화에 장에 나와서 미래를 함께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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