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빈필 유치한 송효숙 WCN대표 "문화 교류가 우리 사명"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4.04.2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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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숙 WCN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송효숙 WCN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오스트리아 빈과 서울을 오고가며 문화 기획사 WCN(World Culture Network)을 운영하는 송효숙 대표(사진)는 유럽의 클래식 공연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의 유망주를 국제무대에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빈에 있는 한국 대사관 부대행사로 시작했던 그의 문화사업은 현재 유럽과 한국의 중요한 문화예술 콘텐츠 교류를 대표하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연중 빽빽한 공연 기획으로 바쁜 송 대표는 올해 들어서도 1월에 신년음악회로 빈 소년 합창단의 내한 공연을 주최했고, 지난달 중순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어 '스타인웨이 위너스 페스티벌'을 연달아 진행했다. 다음달 말에도 스타인웨이 위너 콘서트로 부소니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아르세니 문'의 첫 내한 리사이틀을 주관한다.



다음은 K-클래식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나눈 송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올해 국내 공연 중 특별한 무대를 소개한다면.
▶3월에 했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들을 한데 모은 합동 공연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프로젝트였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공연이었다. 각자 전 세계 일정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7명의 우승자를 모은 걸 보고 공연 관계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정말 대단한 콘텐츠였고, 아주 큰 이슈였지만 더 널리 홍보가 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공연을 접하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위너 페스티벌 무대에 특별한 연주가 있었다는데.
▶두 대의 피아노에 연주자 4명씩 붙어 8개의 손으로 연주를 하는 일명 '식스틴 핸즈'로 하는 앵콜 곡이 있었다. 무대를 본 관객들이 깜짝 놀랐고 난생 처음 봤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4명씩 8명이 칠수 있게 편곡을 한 것도 대단했고 기가 막힌 무대였단 평가다. 앵콜 곡이라 미리 홍보를 하지 못해 많은 관객들이 같이 즐기지 못한 건 아쉽다. 하지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단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들이라 서로 경쟁하면서도 연주자끼리 다들 아는 사이인데 이번 기회에 모여 같이 연주하고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을 하며 음악 얘기를 하는 걸 지켜보면서 뿌듯했다.

송효숙 WCN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송효숙 WCN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 클래식 공연의 쏠림 현상은 어떻게 생각하나.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국내에선 아직 한 두명의 유명한 연주자나 팀 공연에 쏠림 현상이 있다. 경제적인 여건도 클래식 공연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보다 많은 공연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공연 기획은 오래했는데 국내에서 인터뷰는 별로 하지 않았다.
▶공연 뒤에서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앞에 나서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 국내 애호가들이나 연주자들을 위해 한번 쯤은 알리고 싶은 얘길 하고자 해서 응하게 됐다.


-공연기획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빈에 간 건 1996년 남편(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이 해외주재원으로 가면서다. 음악의 도시에 갔으니 자연스럽게 접했고 음악가들도 많이 만나게 됐다. 음악 관련해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단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가 개천절인 10월 3일 현지 한국 대사관 행사를 열 때, 각 나라 외교관들이 모여있는데 2부를 맡아 음악회를 해야겠단 제안을 해서 처음 그렇게 시작했다. 2부 행사를 성공적으로 하니 그 뒤엔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식으로 공연 요청이 왔다. 유럽에서 정말 많이 다니면서 한국 연주자들이 그 나라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빈 소년 합창단원들이 내한 공연을 마치고 롯데월드에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WCN빈 소년 합창단원들이 내한 공연을 마치고 롯데월드에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WCN
-한국 연주자들을 현지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훌륭한 국내 연주자들이 많은데 해외 무대에 세울 기회는 적었다. 콩쿠르에서 우승을 해도 한국 연주자들은 바로 여기저기서 불러주지 않는다. 유럽 사람들은 2등이라도 자기네 연주자들을 세우는 관행이 있다. 지금은 우리 연주자들이 워낙 뛰어나고 많이 알려져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그 당시만해도 그렇게 해외 무대에 우리 연주자들을 세우는게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기업의 사회 환원을 정말 음악 예술을 통해 해보자란 생각으로 WCN도 2011년 그렇게 설립하게 됐다. 유럽과의 음악을 통한 문화 교류가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뛰었다.

-WCN이 공연계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빈에 본사를 두고 있으니까 적어도 빈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악단들의 국내 공연을 많이 담당했다. 모두 연속성과 신뢰를 갖고 하는 것이라 이벤트성으로 한 번 하고 말면 이렇게 계속 하기가 어렵다. 당장의 돈보다도 공연의 퀄리티(질)를 우선해야 한단 마음가짐으로 오스트리아 기반 팀에겐 확실한 신뢰를 줬고 국내 관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 장학금도 주면서 장학생을 키웠고 이들을 현지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도 세워 키우고 있다.

-20여년간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시작할 땐 '순진하다'는 우려를 하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돈보다도 우리나라 경제나 모든 위상이 올라 간 만큼 문화예술 음악 부분도 그 수준이 올라가야 한단 사명감에 했다. 개인 음악가들은 너무 훌륭한데 유럽 등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세계시장에 알리는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고 이제 '병아리의 눈물'만큼은 제대로 해보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지방 공연도 많이 열었다.
▶2019년 처음 대구 공연을 가는데 너무 두려웠다. 서울도 안 되는 공연이 있는데 지방에서 과연 될까란 생각이었는데 정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젠 유럽 연주자들이 오면 먼저 '대구 안 가냐', '지방은 왜 안 가냐'라고 역으로 묻기도 할 정도다. 그들이 돌아가서도 한국은 지방 공연도 훌륭하게 마칠 수 있다고 얘길 하면서 국내 관객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23년 2월 예술의전당 공연 /사진=WCN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23년 2월 예술의전당 공연 /사진=WCN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1년 빈필 공연을 주최한 건 큰 화제가 됐다.
▶빈필은 국가 조직이 아니고 공연을 해서 운영하는 조직인데 코로나로 너무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었다. 당시 한중일에서 공연을 열겠다고 해서 오기로 했는데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있어 국가에서 주선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모두 지원했다. 그런데 중국은 비행기가 못 내리게 됐고, 한국 공연이 안 되면 빈필은 일본만 왔다 가야해서 적자가 매우 큰 상황이었다.

'이건 죽어도 성사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했고 정말 잠 못자면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해 결국 공연을 했다. 화물기 외엔 비행기가 인천에 내리지 못하는 시기였는데 '중국이 빠져 손해가 크니 한국서 한 번 더 공연을 열어주면 좋겠다'는 부탁까지 해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부산에서 추가로 공연을 열었다. 벡스코에서 했는데 부산 팬들은 떠나는 버스를 보면서 울 정도로 감동하기도 했다.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후 빈필과는 가족같은 사이가 됐다. 돈은 손해볼 수 있지만 이건 큰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전 세계 유명 기획사들이 '도대체 어떻게 비행기가 들어갔고 공연을 열었냐'고 많은 문의를 해왔다.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면.
▶공연 프로그램을 먼저 확인하고 미리 들어보고 가는게 좋다. 곡을 먼저 알고 가는 것과 아닌 건 차이가 크다. 그 곡에서 어떤 부분이 포인트인지 이 사람은 어떤 스타일인지 그 색깔을 보려면 미리 듣고 가야 집중이 된다.

-앞으로 계획은.
▶그동안 음악에만 중점을 뒀는데 이제 미술도 우리가 문화교류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많은 이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그런 노력도 하려고 한다. 우리 국립오페라단의 파리올림픽 기념 유럽 투어도 맡아 하고 있다. 유럽 유일의 한인문화회관도 빈에 12년전에 만들었는데 민간이 만들었으면서도 그간 해외문화원 역할을 해왔다. 한국 연주자들이 크려면 지원을 하는 기획사도 세계적인 위치에 서야한다. 가능하다면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송효숙 WCN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송효숙 WCN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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