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음식 갖다 준 배달기사가 성범죄자?…업계서 퇴출한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4.04.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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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음식 갖다 준 배달기사가 성범죄자?…업계서 퇴출한다


정부가 성범죄·강력범죄자의 배달업 종사 제한과 관련해 구체적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별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택배기사와 달리 배달대행은 등록·허가가 필요하지 않아 취업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택시기사 자격제한 대상을 성범죄 '벌금형'까지로 확대하려는 기류에 비춰볼 때 배달업도 성범죄·강력범죄자에 한해 범죄경력조회 의무화 등의 방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성범죄·강력범죄자의 배달업 종사제한 세부규정 마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에 따른 것으로, 성범죄를 중심으로 강력범죄 전과자를 사실상 배달업계에서 퇴출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토부는 성범죄의 경우 강간·강제추행, 강력범죄는 살인·강도·약취유인으로 규정했다. 특히 마약범죄도 배달업에 종사할 수 없는 범죄로 포함시켰다.

이번 용역을 통해 국토부는 성범죄·강력범죄 등 범죄별로 '종사제한 기간'과 같은 기준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범죄 경력조회 방법과 함께 세부절차 등 제도운영 방안도 마련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서 지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성범죄나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의 배달대행업체 취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당시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성에게 성기를 노출하고 달아났던 배달 기사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관련 우려가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택배기사는 우선 '화물 운송 종사자 자격증'을 따야한다. 택배업계는 또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라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성범죄를 두 번이나 저지른 택시 운전사가 또 다시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토부가 택시기사 자격 제한 대상 형벌 수준을 기존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배달업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배달대행이 일상과 밀접한 업종임을 감안하면 범죄경력조회 의무화를 비롯해 택시와 비슷한 수준의 20년간 취업제한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을 놓고 인권침해 등 일부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특정 배달 플랫폼이 지난해부터 성범죄자는 배달기사로 일할 수 없게끔 약관을 바꾼 전례가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별다른 진통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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