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발표를 마친 후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공동취재) /사진=뉴시스
한 전 위원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참패에 대해 "저의 패배이지 여러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재차 밝혔다.
지난 11일 비대위원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그가 9일 만에 첫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2년간 게시물이 없던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처음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여권 지지자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등 소회를 밝혔는데, 사실상 메시지의 방점은 '배신'에 찍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대구 달서구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04.11.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했던 정치검사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그렇게 모질게 당하고도 맹목적으로 추정하는 정신 나간 배알 없는 짓으로 보수우파가 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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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이 연일 '한동훈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향후 대권의 경쟁상대로 보기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국회 헌정회관 앞엔 한 전 위원장의 복귀를 응원하는 화환이 늘어섰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약 4시간 동안 만찬을 하며 현안을 논의하는 등 전통적 핵심 보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 앞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자들이 설치한 응원화환들이 놓여 있다. 2024.4.17/사진=뉴스1
이같은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평소 쓰지 않던 페이스북까지 활용해 홍 시장의 발언을 반박한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정치행보를 시작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9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처럼 틈틈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면서 복귀의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행보를 안 할 것이라면 홍 시장의 발언에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며 "공식적으론 등판을 안 할 것처럼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등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 평론가는 "홍 시장이 계속 때려주니 등판에 명분이 생겼다. 6월 전당대회에도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이 일회성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고, 당장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본인에 대한 공격이 너무 일방적으로 이뤄지니 한 번 정도 얘기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어느 정도 책임을 충분히 졌다고 느낄 때까지는 안 나오는 게 맞다. 전당대회에 나오면 총선 책임론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데 복귀 시기가 빨라질 수는 있을 것 같다"며 "홍 시장과 대통령 쪽 강성 인사들이 공격을 세게 하고 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참다가 가끔씩 점잖게 한마디 정도 반박하면 동정론이 훨씬 커질 것이다.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의 재등판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