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사 준비법인 세웠지만…자본 조달 여력 여전히 "물음표"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04.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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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를 하고 있다. 202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를 하고 있다. 202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스테이지엑스가 준비법인을 설립하고 '제4이통사'로서 사업을 영위할 자본금 확충 계획을 일부 밝혔다. 그러나 컨소시엄 구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데다, 향후 확실한 투자처가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자본 조달 능력 의문이 남은 상태다. 스테이지엑스는 법인 설립 완료 후 컨소시엄 구성원과 투자자를 공개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지금까지 TF(테스크포스) 형태로 운영 중이던 '스테이지엑스 추진단'을 지난 19일 준비법인으로 전환하고 성남등기소에 법인설립 등기신청을 완료했다. 주파수 낙찰 3개월 내로 법인 설립등기를 제출하고 주파수 낙찰금액의 10%인 430억원을 납부해야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된다. 납부 마감일은 휴일을 고려해 오는 5월7일까지며, 스테이지엑스는 이날까지 주파수 대금 10% 납부를 완료할 계획이다.



준비법인 전환과 함께 스테이지엑스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사업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일부 공개했다. 앞서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2월7일 미디어간담회에서 초기자금 4000억원과 시리즈A 투자 2000억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지원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처가 밝혀지지 않아 시장의 우려가 컸다.

스테이지엑스는 컨소시엄 형태로 출범하는데, 준비법인인 현 단계에서는 컨소시엄 대표사인 스테이지파이브만 이름을 올린 상태다. 스테이지파이브가 설립등기 신청과 함께 신고한 자본금은 1억원이다. 향후 본법인이 설립되면 컨소시엄 참가자들이 합류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유상증자를 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약 2000억원이다.



초기자금 4000억원 중 나머지 약 2000억원은 필요시점에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신한투자증권을 통해 기업 대출 등 방법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2000억원은 예비비 차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는 내년 상반기 서비스 출시 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5월 말부터 글로벌 IR을 시작해 연말께 클로징(투자 마무리)을 하는 일정"이라며 "어디라고 공개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투자자들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2월7일 스테이지엑스가 5G 28GHz 주파수를 낙찰 받은 후 미디어데이를 열고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하단 박스에 초기자본 4000억, 서비스 런칭 직전 시리즈A 2000억 규모 투자 유치로 총 6000억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지난 2월7일 스테이지엑스가 5G 28GHz 주파수를 낙찰 받은 후 미디어데이를 열고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하단 박스에 초기자본 4000억, 서비스 런칭 직전 시리즈A 2000억 규모 투자 유치로 총 6000억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돼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스테이지엑스의 자금조달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컨소시엄 참가자 몫 2000억원과 신한투자증권을 통한 기업 대출 2000억원, 시리즈A로 조달할 2000억원으로 총 6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 외에는 아직 확인된 자본금이 없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댈 컨소시엄 구성원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대다수 참여사가 상장사이거나 이에 준하는 규모의 회사라 공개 전 여러 사항을 검토해야 해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2개월 반이 지나 준비법인까지 설립했지만, 스테이지엑스의 변(辨)은 변하지 않았다. 법인설립이 완전히 끝나야만 투자자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비비 명목의 2000억원도 조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신한투자증권을 통한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이 2000억원을 기업 대출로 조달하기는 어렵다. 모기업 격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자본잠식 상태다. 예비비 전액을 기업 대출로 조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 수백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마이리얼트립·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2022년 500억원 규모의 벤처대출을 받았지만, 대출 당시 두 기업의 서비스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정부 인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신규 사업자라도 '이론적으로는' 대규모 기업 대출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스타트업이 1000억원대 기업 대출을 받은 전례가 없고, 아직 기술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보여준 게 없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말까지 조달하겠다는 시리즈A 투자는 아직 IR 활동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결국 스테이지엑스가 법인설립을 끝내고 컨소시엄 구성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시장의 우려를 지울 수 없을 전망이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스테이지엑스는 현재 '봉이 김선달'이랑 비슷하다"며 "BM(비즈니스 모델)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충분한 설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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