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제58주년 4·19혁명기념일 구국대장정에 참가한 학생들이 4·19민주묘지로 행진하고 있다. 고려대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고려대 학생들의 4·18 의거를 기념해 매년 구국대장정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 입구에서 만난 설모씨(72)가 경사 진 '4·19로'를 걸어 올라오는 대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그는 "학생 수가 매년 줄어드는 것 같다"면서도 "청년들이 취업도 힘든데 어쩔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4·18 의거는 1960년 4월18일 고려대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행진하다가 조직폭력배에 무차별 습격당한 사건을 말한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이곳 인근에 거주하는 박모씨(81)는 "어릴 때 나는 국민학교에서 한글만 떼고 졸업해서 공장에서 일하고 먹고사느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할 생각을 못 했다. 당시 나서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종종 들르고는 한다"며 "학생들도 먹고사느라 힘든 것은 같을 텐데 다 같이 온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허경자씨(77)는 "친언니와 친오빠가 고등학생일 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직접 참여해서 가족들이 드럼통에 숨구멍을 뚫어놓고 언니 오빠를 숨겨 보호하기도 했다"며 "민주화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는 체감하는데 겪은 적 없는 학생들이 와서 묵념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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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와 함께 묘지에 방문한 채성희씨(74)는 "4·19 희생자 묘지 비석을 천천히 살펴보면 20살, 21살 다들 너무 어리다"며 "학생들도 그 정도 나이밖에 안 되는데 얼굴 빨개져서 뛰어오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1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 학생 500여명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김모씨(22)는 행사가 끝나고 겉옷을 허리에 두른 채 그늘에 쉬고 있었다. 그는 "3시간 동안 걸으면서 몸이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학교에 다닌 3년 동안 민주화에 앞장선 선배들처럼 행동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행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민주화 열망을 크게 공감하는 세대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문모씨(20)는 "그렇다"면서도 "한국은 민주 사회를 이뤘지만 해외에 전쟁이 벌어졌거나 여전히 탄압이 있는 나라들을 보면 지금 내가 누리는 게 얼마나 큰지 간접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