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문화재청 유물과학과 직원들이 젤란검을 벽에 붙이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18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 마스크에 흰색 가운을 입은 문화재청 직원이 박스를 꺼내들며 이렇게 말했다. 겉보기에 말랑말랑한 묵처럼 생긴 이 물체는 젤란검(Gellan Gum). 문화유산 보존처리제로 이용된다.
문화재청 유물과학과 직원 14명은 경복궁 스프레이 낙서 2차 보존 처리 작업을 앞두고 젤란검 170개를 이틀 동안 손수 제작했다. 이들은 경복궁 담벼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더니 아세톤으로 약품을 도포하고 젤란검을 붓으로 톡톡 섬세하게 붙였다.
문화재청 유물과학과 직원들이 이틀동안 손수 제작한 젤란검 170개. /사진=김지은 기자
경복궁 담벼락 낙서 소동… 고생은 직원들의 몫
18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문화재청 유물과학과 직원들이 젤란검을 벽에 붙이고 있다. /영상=김지은 기자
지난해 12월 경복궁 담벼락에는 빨간 스프레이와 파란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가 적힌 낙서가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낙서 테러를 벌인 10대 두 명과 20대 한 명을 모두 검거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4개월 만에 2차 작업이 재개된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화학 약품으로 낙서를 제거하려면 어느 정도 온도 조건이 맞춰져야 한다. 1차 보존 처리 당시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 화학 약품을 이용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긁어내는 식으로 처리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에 젤란검이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문화재청 직원들은 젤란검을 원하는 사이즈로 많은 양을 공수하기 어려워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파우더 재료를 물에 녹여 굳히고 전자레인지와 냉장고에 넣고 빼기를 반복하며 온도를 맞췄다. 담벼락에 있는 돌 사이즈가 제각각이다보니 가로, 세로 15cm 사이즈로 170개를 재단하기도 했다.
큰 낙서만 문제가 아니다… 몰래 적은 낙서도 '골칫거리'
경복궁 담장 2차 보존처리 작업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돈'도 많이 든다. 1단계 작업 때는 인건비, 재료비, 장비 임차비 등을 포함해 1억원 정도 소요됐다.
2차 작업 때도 보존 처리 전문가 수십명이 투입되고 젤란검·아세톤 등 재료 구입비 등이 들어가는만큼 수천만원 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최종 투입된 복구 비용을 산정해 문화유산 훼손자(피의자)에게 손해 배상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유사 훼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4대 궁궐, 종묘 및 조선왕릉에 폐쇄회로TV(CCTV), 안내 배너 등을 추가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도 관련 순찰을 강화하고 궁능 관람 규정에 문화유산 훼손 행위 금지 등의 항목을 마련해 재발 방지에 나설 예정이다.
경복궁 담장 2차 보존처리 작업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