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이 차 4대 덮친 참사에 눈물 흘리던 경찰관, 교통사고 확 줄였다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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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장⑧] 마경석 서울 강서경찰서장…뷰티샵 전전하는 스토킹범 '민간경호 제도' 활용, 끝내 검거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마경석 서울강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마경석 서울강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과장님, 같은 차에 탄 3명이 그 자리에서"

2015년 10월 14일 오전 9시쯤. 두달 전 충남경찰청 경비교통과장에 부임한 한 경찰관은 한 사고 소식을 접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충남 서산에 있는 한 국도에서 25톤 대형 레미콘이 급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덮쳤다.

승용차에 탔던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성당을 다니며 매주 봉사활동을 함께 다니는 이들로 이날 성지 순례를 위해 집을 나선 후 변을 당했다. 레미콘은 해당 승용차를 포함 모두 차량 4대를 덮친 후에야 멈춰 섰다.



사고를 수습하던 한 경찰관은 참혹한 현장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 사고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려 노력하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경찰 생활 대부분은 정보과에서 보낸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즉각 예산을 확보하고 사고 지점에 신호위반·과속 단속 카메라를 추가 설치했다. '문제가 무엇일까' 끊임 없이 고민했다. 충남 전역 사고 발생지를 분석해 도로 구조를 바꿨다. 불법 주·정차, 과적 차량에 대한 현장 단속도 대폭 늘렸다.

해당 경찰관과 동료들의 노력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2015년 충남 인구 1만명당 245.91명이었던 사상자수는 이듬해 221.47명으로 줄었다. 교통을 이용하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습과이나 행동 양식을 지수화한 지표인 교통문화지수도 2015년 75.77에서 이듬해 81.77로 개선됐다.



화곡동 빌라·마곡 아파트·유흥가까지…'경무관서' 서울 강서경찰, 무거운 책임감
마경석 서울강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마경석 서울강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충남청 경비교통과는 물론 정보, 인사 등 다양한 기능을 넘나들며 경찰서장만 4번 역임한 베테랑 경찰관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월 부임한 마경석 서울 강서경찰서장 이야기다.

마 서장의 계급은 경무관이다. 대다수 일선 경찰서장 계급은 총경인 것과 구별된다.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중 경무관이 서장인 곳은 강서서와 송파서뿐이다. 56만명이 거주하는 강서구는 서울 자치구 중 둘째로 인구가 많다.


65세 이상 인구와 1인 가구도 각각 9만9000여명, 12만 3000여가구로 모두 서울에서 둘째로 많다. 화곡동 빌라와 오피스텔 밀집 지역, 마곡 아파트 단지에 화려한 유흥가까지 다양한 생활환경이 존재한다. 그만큼 치안수요가 높다. 112 신고 건수도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 셋째로 많다.

마 서장과 강서경찰이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마 서장은 "시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 수호가 가장 중요한 업무"라며 "공동체 치안 유지를 통해 주민이 안전하고 행복해지면 경찰관 직무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마 서장은 부임 후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둘레길 8곳에 즉각 퇴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보안관들을 배치했다. 구청과 협력해 둘레길에 CCTV(폐쇄회로TV) 35대도 설치했다.

'기본에 충실' 행동파 원칙…뷰티샵 전전하는 스토킹범 '민간경호 제도' 활용, 끝내 검거
마경석 서울강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마경석 서울강서경찰서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마 서장과 강서경찰의 '행동파' 면모는 계속된다. 지난달 민간경호 제도를 활용한 스토킹 피의자 검거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성 A씨는 인터넷에서 알게 된 피해자 뷰티샵으로 찾아가 스토킹을 시도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잠정 조치를 적용해 A씨가 피해자와 가족 등에 접근 못하도록 했다. 전기 통신을 이용한 연락도 막았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는데 강서경찰은 '민간경호' 제도를 활용했다. 민간경호는 고위험 피해자에게 경찰 예산으로 경호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후 A씨는 재차 뷰티샵을 찾아왔고 결국 체포됐다. 마 서장은 "위험을 방지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사례"라고 했다.

그는 "경무관 서장이라고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경험이 쌓이면 미리 챙기는 점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장이 먼저 준비하면서 기다려주면 직원들이 따라올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 서장은 부임 후 현재까지 26명에게 '서장 표창'을 수여했다. 잘한 사람을 즉각 칭찬하고 격려하는 취지다. 최근엔 주변 지구대와 공조해 편의점 강도를 체포하는 데 기여한 순경 등을 서장실로 불러 표창했다.

마 서장은 "강서서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구민과 강서경찰을 위해 조그만 행복을 주고간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편의점 강도 검거에 공헌한 공항지구대 순경이 서장표창을 받는 모습.  /사진=서울 강서경찰서 제공지난해 11월 편의점 강도 검거에 공헌한 공항지구대 순경이 서장표창을 받는 모습. /사진=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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