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5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고점을 높였던 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만에 하락한 셈이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면담한 뒤 최근 기록적인 강달러 현상에 대해 양국 재무장관 명의의 '공동 구두개입'을 실시했다. 한국시간으로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30분 전이었다.
전날 기재부와 한은 국장 명의 공동 구두개입에 이어 두 기관의 수장까지 나선 것이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내린 139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내내 1380원대에서 움직였다.
사실 이날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은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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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보복 공습에 이스라엘이 '고통스러운 보복'을 예고하자 에브라힘 라이스 이란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맞서는 등 중동분쟁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발언도 강달러를 부추겼다. 파월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캐나다 경제 관계 정책포럼에서 "최근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며 "조만간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시장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15%까지 낮아졌다. 반대로 연준이 6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은 같은 기간 84.8%로 확대됐다. 나아가 연준이 9월에는 0.25%p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46.2%로 5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106.4까지 오르는 등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을 제외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했던 앞선 3차례 사례를 보면 사실상 국내 신용위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 주는 공포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 위기가 아직 끝난 건 아니기 때문에 경계감을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정학적 위험 심화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기업 배당 역송금에 따른 외국인 환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단 점도 변수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내외 저항구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여부에 따라 1400~144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간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18원이다.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 899.72원보다 2.54원 내렸다.
한편 양국 재무장관 공동 구두개입 효과는 엇갈렸다. 원화와 달리 엔화는 약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하는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100엔 기준) 재정환율은 897.11원을 기록했다. 전날 같은시간(902.74원)보다 5.63원 내렸다. 2개월여만에 900원대로 오른 지 하루 만에 다시 800원대로 내린 것이다.
엔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기준환율인 달러로 간접계산한다. 다시 말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더 크게 상승하면서 원/엔 재정환율이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