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4.4.17
비행시간은 14시간. 한국보다 13시간 느린 시차를 감안할 때 최 부총리는 출발 때과 같은 날 유사한 시간대에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마자 최 부총리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양자면담에 나섰다. 한·일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 스즈키 재무상을 만난다는 정도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실제 결과물은 달랐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최근 양국 통화의 가치하락(절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낯익은 문구였다.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구두개입은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외환당국 관계자발로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다. 한·일 재무장관이 양자면담이라는 공식 일정 속에서 공동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유례도 찾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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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보도자료에는 또 다른 이례적 상황도 담겼다. 양자면담 결과를 영문을 첨부한 것인데 기재부가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결과에 영문을 첨부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영문 결과물에는 외환시장 관련,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s)를 공유(shared)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이 공동 선언문 수준으로 이번 양자면담 결과물을 냈다는 걸 의미한다.
한·일 양자면담의 결과물이 예상 수준을 넘어선 건 최근 국제금융 환경이 예상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와 맞물려 주요국의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더 커졌다. 한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환율 상승)에 시달렸다.
한국만 하더라도 한·일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찍었다.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건 3번밖에 없었다. 엔/달러 환율도 1990년 이후 34년 만에 154엔까지 치솟았다. 양국 입장에선 외환시장 안정이 급선무로 떠오른 셈이다.
양국의 공동 목소리는 또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이번 양자면담에서 다음 한·일 재무장관회의 일정을 '조속한 시일' 안에 조율키로 합의했다. 다음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한국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