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 처음 만났는데…'한·일 재무장관 양자면담'이 이례적인 이유

머니투데이 워싱턴D.C.(미국)=정현수 기자 2024.04.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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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4.4.17(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4.4.17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 D.C.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최 부총리가 워싱턴 D.C.로 향한 건 매년 이 시기에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비행시간은 14시간. 한국보다 13시간 느린 시차를 감안할 때 최 부총리는 출발 때과 같은 날 유사한 시간대에 워싱턴 D.C.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마자 최 부총리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양자면담에 나섰다. 한·일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 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 스즈키 재무상을 만난다는 정도가 관심사였다.



예정된 일정이었고 다음날 역사상 첫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있었기에 주목도는 더 떨어졌다. 특히 한·일 관계의 경색국면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7년 만에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렸기 때문에 양국의 재무장관 양자면담은 의례적인 '이벤트'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 결과물은 달랐다.



비공개로 이뤄진 한·일 재무장관 양자면담이 끝난 후 기재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총 5문단으로 A4 용지 한 장을 채우지 못했다. 양자면담을 했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나머지 문단은 일상적인 양자면담의 언어였다. 하지만 유독 한 문단이 튀었다. 외환시장을 다룬 부분이었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최근 양국 통화의 가치하락(절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짧은 문장이지만 낯익은 문구였다.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구두개입은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외환당국 관계자발로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다. 한·일 재무장관이 양자면담이라는 공식 일정 속에서 공동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유례도 찾기 쉽지 않다.


기재부 보도자료에는 또 다른 이례적 상황도 담겼다. 양자면담 결과를 영문을 첨부한 것인데 기재부가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결과에 영문을 첨부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영문 결과물에는 외환시장 관련,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s)를 공유(shared)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이 공동 선언문 수준으로 이번 양자면담 결과물을 냈다는 걸 의미한다.

한·일 양자면담의 결과물이 예상 수준을 넘어선 건 최근 국제금융 환경이 예상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와 맞물려 주요국의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더 커졌다. 한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환율 상승)에 시달렸다.

한국만 하더라도 한·일 재무장관의 양자면담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찍었다. 지금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한 건 3번밖에 없었다. 엔/달러 환율도 1990년 이후 34년 만에 154엔까지 치솟았다. 양국 입장에선 외환시장 안정이 급선무로 떠오른 셈이다.

양국의 공동 목소리는 또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상은 이번 양자면담에서 다음 한·일 재무장관회의 일정을 '조속한 시일' 안에 조율키로 합의했다. 다음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한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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