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원료 가격 오르는데 고환율까지...식품업계, 단가 인상 불가피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4.04.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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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마트 용산점./사진=뉴스1서울 이마트 용산점./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식품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 영향으로 원·부자재와 물류·인건비가 급증한 가운데 불안한 이란-이스라엘의 물리적 충돌로 환율, 원유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식품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1400원 육박…불안감 커지는 식품업계
16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이날 장중 1400원을 넘어서는 등 환율이 치솟으면서 주요 식품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주요 원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 산업 구조상 환율이 높아질 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 식품 업체들은 환율 상승으로 직격타를 입을 전망이다.



고환율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식품 업계가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식품 기업들은 통상 3~6개월 가량의 원재료 재고(비축분)을 두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론 재고 소진 때 까진 버틸 수 있지만, 이후부터는 단가 인상이나 공급량 조절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론 단가 인상 이외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원료 가격 오르는데 고환율까지...식품업계, 단가 인상 불가피
대기업도 높은 환율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후 이익이 181억5300만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재료 수급 뿐만 아니라 외화로 조달한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 농심도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하면 1억7600만원의 당기 손익이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낫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 개선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경우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EBITA)이 27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양식품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단가인상 불가피, 고환율 장기화 식품 기업에 타격 줄 것
식품 업계는 고환율 추세가 장기화 될 경우 단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난 원재료 수급 비용을 단가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제 시장에서 공급 가격이 오르고 있는 원자재를 사용하는 경우 환율 영향까지 겹쳐 상승폭이 더 오르게 된다. 해외 사업을 확대를 통해 부담을 줄이는 기업도 있으나 단기적으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심화되면서 식품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소비 가공식품 32개 품목의 올해 1분기(1~3월) 평균가격을 조사한 결과 25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전체 평균 상승률은 6.1%, 인상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은 9.1%다. 이는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2배 안팎에 이르는 수준이다.
수입원료 가격 오르는데 고환율까지...식품업계, 단가 인상 불가피
특히 필수 식재료 가격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식용유(100mL)가 지난해 1분기 평균 643.3원에서 올해 1분기 963.7원으로 49.8%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설탕(27.7%)과 커피믹스(11.6%) 가격도 급등했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식재료 가격을 끌어올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1% 오른 118.3포인트다.


식품 업계는 올해 하반기 가격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품 가격 인상에 앞서 외식 물가가 먼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와 파파이스가 최근 단가 인상을 단행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나 국제 원재료 시세에 대응할 수 있는 별다른 대안은 없다"며 "고물가에 환율과 원유가격까지 더 오를 경우 비상 경영과 같은 조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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