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에도 유가 약세…전쟁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4.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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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지난 1년간 추이/그래픽=윤선정브렌트유 지난 1년간 추이/그래픽=윤선정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소식에도 유가가 급등하지 않고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던 유가 상승세가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 장기적으로 제동이 걸린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주말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15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이날 배럴당 25센트, 0.3% 하락한 85.41달러로 마감했다. 영국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배럴당 35센트, 0.4% 내려간 90.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면서 유가가 이미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3%가량 올랐다.



DWS그룹의 상품 및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다르웨이 쿵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유가가 이날 하락한데 대해 "시장이 일단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을 관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전쟁이 억제된다면 단기적으로 원유 공급에 크게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유가는 현재 이러한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의 상품 전략팀장인 막시밀리언 레이튼은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유 선물가격은 이미 중동전쟁의 위험을 반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유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인 분쟁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브렌드유 단기 전망치를 기존 80달러에서 88달러로 상향하는데 그쳤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은 이란의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강력한 보복을 주장하는 매파와 국제적인 연대 구축을 더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JP모간은 중동을 둘러싼 주요 세력들이 분쟁을 억제하려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며 중동의 긴장보다는 러시아의 감산이 오히려 유가를 오는 9월까지 100달러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브렌트유가 올 상반기에 9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올 하반기에는 85달러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JP모간은 또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전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약 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봉쇄는 유가를 급등시키겠지만 지난 40년간 이란을 둘러싼 수많은 갈등에도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RBC 캐피털마켓의 전략가인 헬리마 크로포트는 CNBC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 인프라나 그 지역 선박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인 얀 스튜어트는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더 고조되지 않는 한 유가 상승세는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을 나포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및 가스 관련 인프라를 공격하는 것 또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너무 강하게 반격에 나서는 것 등은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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