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조원 싹쓸이했더라"…비트코인 막은 중국, 홍콩선 ETF 승인한 이유

머니투데이 우경희 특파원 2024.04.16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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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했다. 금융허브 위상이 옅어지는 가운데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 홍콩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가상자산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중국 본토의 입장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상품 운용이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는 전망도 있다.

/삽화=김현정디자이너/삽화=김현정디자이너


홍콩 증권·규제당국은 15일 양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화샤기금과 보세라자산운용은 각각 별도 성명을 내고 현물 ETF 승인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라 홍콩은 아시아 최초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하는 시장이 됐다.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시키는 등 가상자산을 틀어막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통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한 데는 이를 통한 자금 유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명목상으로 이원화 돼 있는 홍콩을 활용하면 가상자산을 금기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반대지만 국제도시인 홍콩을 통해서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거다.

현지에선 이번 ETF 출시를 통해 홍콩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한 발 앞서가는 한편,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영향력도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조달은 중국 정부도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미국 11개 ETF는 현재까지 약 590억달러(약 82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블랙록으로만 150억달러가 향했다. 홍콩을 통해 해외 자본이 유입된다면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 고민을 일정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악재로 아시아의 금융허브에서 이제는 금융허브 유적이 됐다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홍콩의 상황을 감안해도 이번 결정은 의미가 있다.

32만여명이 가입한 중국 경제포털 허신왕 소속 쉬진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 홍콩은 자본유입은 물론 큰 상시장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며 "투자엔 항상 위험이 따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중국 본토에서도 현물 ETF를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에 승인을 얻은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홍콩계가 아니라 중국 본토계다. 현물 ETF는 홍콩에 상장되는데, 본체는 중국 본토의 규제를 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중 금융관계자는 "승인은 했지만 미국과 달리 정상적으로 상품이 운용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ETF 소식에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시간 15일 오후 4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2.78% 오른 채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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