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뚫는 노란 물결…주민들이 만든 160개 세월호 현수막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2024.04.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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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은평평화공원 설치된 추모 현수막

15일 오전 10시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은평 평화공원.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의 모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노란 리본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사진=김지은 기자15일 오전 10시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은평 평화공원.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의 모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노란 리본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10년이 지났는데도 마음이 아프네요."

1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은평 평화공원. 막 돋아난 초록색 나뭇잎 사이로 노란 물결이 일렁였다. 오는 16일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의 모임(세은모)과 일반 시민들이 제작한 현수막과 리본이었다.

은평구 주민 박모씨는 현수막을 멍하니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는 "노란색을 보니까 그날이 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10년이 지나도 먹먹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은평 평화공원에는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주민 160여명이 1만원씩 내 현수막과 노란 리본을 제작했다. 진상 규명,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심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6년 동안 이어진 노란 물결…"세월호 참사, 우리 모두의 일"
15일 오전 10시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은평 평화공원.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의 모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노란 리본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사진=김지은 기자15일 오전 10시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은평 평화공원. 세월호를 기억하는 은평사람들의 모임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노란 리본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세은모는 올해로 6년째 평화공원에 현수막을 설치했다. 세은모 활동가는 총 12명. 이들은 세월호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도 아니다. 가족과 지인 중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없다. 모두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자영업자, 직장인으로 본업이 끝나면 그 때마다 모여 세은모 활동을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 전체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은모 측은 "진실이 밝혀져야 앞으로 살아갈 우리 자식들, 미래 후손들도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한 의협심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거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6년 동안 시들어가는 관심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시민 80여명이 모여 현수막 제작에 참여했다. 계속해서 온오프라인 홍보를 하고 서명운동, 피켓시위, 추모제 등을 개최하며 네트워크를 쌓았고 올해는 2배가 넘는 160여명이 모였다.


세은모 측은 "10년 동안 개정법도 만들고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도 만들면서 조금씩 진일보했다"며 "앞으로도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에 버려진 세월호 현수막… 현재 원상복구

세월호 현수막이 줄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진 모습. /사진=세은모세월호 현수막이 줄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진 모습. /사진=세은모
은평 평화공원은 은평구 내에서도 평화를 상징한다. 교통도 편리하고 개방된 공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 올 수 있다. 세은모는 세월호 참사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에 노란 리본, 마음에 새긴 약속" 현수막을 설치했다.

97년생 딸을 둔 엄마라고 밝힌 여성은 '아가들아 너희를 잊지 않으마. 부디 평안에 이르길'이라며 현수막에 짧은 글을 남겼다.

사회적 추모 분위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시민도 있다. 이곳에 산책을 나온 은평구 주민 장모씨는 "10년 간 비슷한 얘기를 듣다 보니 아무래도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이곳에 설치된 현수막과 리본 줄이 훼손되기도 했다.

세은모 측은 "현수막 자체를 자르거나 찢은 정황은 없어서 범인을 특정하진 않았다"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때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노란리본이 줄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진 모습. /사진=세은모세월호 노란리본이 줄이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진 모습. /사진=세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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