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빌려주고 "이자 7만3000%"…고리대금 일당 잡은 경찰의 조언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4.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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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강성윤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2과 경사

강성윤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2과 경사. /사진=김지성 기자강성윤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2과 경사. /사진=김지성 기자


"불법 대부업체 평균 연이율이 4000~5000%예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죠."

서울 광진경찰서는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30대 A씨 등 15명을 대부업법 위반과 전자금융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월29일 불구속 송치했다.



A씨 일당은 2022년 7월부터 약 1년에 걸쳐 채무자 1900여명에게 10만∼200만원을 빌려준 뒤 정한 기간 내 갚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며 주변인을 위협해 초고금리 이자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주로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갚도록 하는 이른바 '3050 대부' 방식으로 채무자를 유인했다. 이 방식은 연이율로 3476.2%. 법정 최고 연이율 20%를 크게 웃돈다.

A씨 일당은 1년여 동안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채무자들에게 빌린 돈의 7만3000%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담당한 강성윤 서울 광진경찰서 수사2과 경사는 "이들이 돈을 대는 전주와 사장으로 불리는 관리자, 콜센터 직원, 현장 직원 등으로 역할을 나눠 보이스피싱 조직과 유사한 형태로 움직였다"며 "대부업으로 돈을 번 직원이 관리자가 돼 하부 조직을 꾸리는 다단계 방식으로 조직 규모를 키웠다"고 전했다.

채무자들은 불법 대부업체에서 요구하는 이자율이 시중 은행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이들을 찾았다. 급전은 필요한데 신용도가 낮아 제1, 제2 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 경사는 "불법 대부업체 채무자 상당수는 '그땐 정말 대부업체 아니면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며 "아이 넷을 혼자 키워 생활비가 없는 사람이나 직원 줄 월급이 부족한 자영업자처럼 단기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A씨 일당이 관리한 채무자 대부분은 대부업체 여러 곳에서 4~5건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많게는 20~30건까지 대출받아 '돌려막기' 한 사람도 있었다. 연체 이자가 더해져 눈덩이처럼 불어난 원리금을 갚기 위해 고리대금 악순환에 빠져든 것이다. 강 경사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이런 범죄가 성행한다"고 말했다.

A씨 일당이 챙긴 부당 이익은 16억원에 달한다. 피해 규모가 작지 않지만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행 수법에 더해 피해자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아 수사 어려움이 적잖다. 채무자들은 신용 문제 때문에 휴대폰 번호를 자주 바꾸고 연락이 닿더라도 자신이 동의해 대출받은 상황이라 피해 진술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일당을 소탕하려면 범죄에 사용된 통장을 일일이 파악해 계좌 추적, 대출금 확보, 숙소 압수수색 등으로 파고들어 가야 한다.

2011년 경찰이 돼 올해로 14년차를 맞은 강 경사는 "수사 초기 단계에 막막할 때도 있지만 하다 보면 결정적 단서를 포착할 때가 온다"며 "피의자를 검거해 피해자에게 알릴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경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건을 접해 전문성 있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불법 대부업체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저금리'를 내세운 온라인 대출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출이 필요할 땐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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