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돈가방' 한번에 오간 '무허가 거래소'…직접 돈 넣어보니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4.04.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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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헐리즘]

편집자주 기자가 대신 경험해본 손실 선행학습-리스크 체험 저널리즘

한 회원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비즈넥스 입금용 돈다발'. /사진=독자 제보한 회원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비즈넥스 입금용 돈다발'. /사진=독자 제보


'4억원 돈가방' 한번에 오간 '무허가 거래소'…직접 돈 넣어보니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추적 중인 한 무허가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측이 사실상 돈다발에 파묻힐 만큼 투자자들의 돈을 빼돌려 도피 중인 정황이 12일 포착됐다. 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번에 4억원 넘는 돈다발이 오가는 듯한 장면도 사진으로 입수했다. 감시망을 피하려는 듯 2달간 최소 10여번 거래 계좌를 바꾼 곳이다.

가상자산 투자 피해자들에 따르면 비즈넥스(BISSNEX)라는 이름의 가상자산거래소가 최근 사용자들에게 현금 인출을 위해선 '자금세탁 증빙자금' 명목의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비즈넥스 증빙금 입금용 자금이라는 가방 속 돈다발 사진과 관련 메시지를 비즈넥스 관련 회원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공유받았다.



'비즈넥스 증빙금 입금 인증'을 하려 한다는 한 SNS 회원은 "친구가 저축한 현금을 전부 빌려왔다. 지금 (비즈넥스에 증빙금을 입금하기 위해) 은행에 가는 길"이라며 "납부를 마친 후 출금이 되기를 기다린다"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비즈넥스에 입금했다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현금을 회수하려고 또 새로운 현금을 이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이런 메시지의 신빙성을 의심한다. 돈다발은 애초부터 비즈넥스의 것이고 현금 추가 입금을 유도하기 위한 '선전용 사진'으로 활용됐을 것이란 것. 다만 실제 피해자의 돈다발을 이번에 새롭게 챙기는 것일 수도 있다.
한 투자자의 2월 비즈넥스 입금 내역. 한 투자자의 2월 비즈넥스 입금 내역.
공유된 사진에 나온 5만원과 1만원권 돈다발은 화면에 명확히 노출된 범위만 약 2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음영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노출된 면적까지 합치면 4억원에 가깝다. 비즈넥스는 지난 2월부터 일반적 시세와 다른 가상자산 시세 표기, 현금 인출 중단 등으로 억대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나온 '가짜 가상자산거래소' 의심 업체다. 이런 신고를 접수받은 금감원은 사기 거래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가짜 거래소' 관련 대국민 경보를 냈다. 경찰에도 각지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비즈넥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받은 VASP(가상자산사업자)가 아니어서 국내 영업이 관계 법령상 불가능한 곳이다. 그런데 현물은 물론 선물까지 한국인 대상 영업을 이어왔다.



기자는 비즈넥스 계좌로 알려진 NH농협 계좌에 소액 입금을 실험했다. 비즈넥스에 입금이 여전히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거래 정지 설정 계좌'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입금이 불가능했다.

경찰이 계좌를 추적 중인 가운데 비즈넥스 측은 끊임없이 계좌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넥스에서 인출 중단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자는 "비즈넥스에 2개월간 11번에 걸쳐 1억1000만원을 입금했는데 입금 때마다 계좌가 달랐다"고 했다. 현재 증빙금 입금을 위해 비즈넥스는 투자자들에게 접촉해 또 다른 은행 계좌를 알리고 있다. 기자는 비즈넥스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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