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날 저녁, 30대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한 말이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과 행정학을 공부했다. 평소 현역 의원들의 선수(選數)를 훤히 꿰고 있을 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런 그가 왜 투표를 포기했을까.
"아무리 살펴봐도 표를 줄 수가 없겠더라."
그는 출산 후 걱정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 정도 벌이로 계속 아이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대출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책임질 대표를 뽑는데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고민 끝에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지만 관심이 많던 이들까지 투표를 안 하게 된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청년이 실종된 선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청년 정책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여야는 '정권 심판', '86 운동권 청산' 등 청년 세대가 별 관심 없을 주제들만 들먹이며 싸워댔다.
정치권에서 2030세대에 공을 들이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고, 젊은이들이 투표율이 낮으니 정치권도 청년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악순환이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청년 표심을 공략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 말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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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이 34.8세로 전국 지역구 중 가장 젊은 경기 화성시을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도, 더불어민주당도 아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선택했다. 이유는 많겠지만 과학고 유치 등 실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약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캐스팅보터 2030을 사로잡는 게 어쩌면 가장 쉬운 선거 승리 전략 아닐까.
한정수 기자 기자수첩